한시도 마음 편히 지내본 적이 없었다. 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지옥 같던 가정폭력에서 겨우 벗어난 김예리(28·가명) 씨에게 닥쳐온 또 다른 불행은 잘 가꿔가고 싶었던 가족의 미래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신혼 때 일터에서 전신화상을 입고 돌아온 배우자와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 빚을 갚지 못해 통장 압류와 카드 정지가 된 상황에서 두 아이를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사치일까.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예리 씨는 매일을 버텨낼 뿐이다.
◆가정폭력 벗어나 살림 차렸지만…결혼 초 남편 화상사고 당해
예리 씨는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겁이 난다고 했다. 자다가도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한 달에 열댓 번은 술을 마시고 어머니를 때리던 아버지.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 언니, 오빠와 떨며 밤을 지새우던 날들. 예리 씨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항상 상처투성이였고, 꽤 자주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아버지는 사업이 부도난 뒤 짐을 정리해 고향으로 내려오고 나서 더욱 난폭해졌다. 폭력을 참다못한 어머니는 예리 씨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아버지와 갈라섰다. 7살 위의 언니는 아버지를 피해 일찌감치 집을 나갔고, 어머니가 떠난 후에는 오빠가 그 폭력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결국 예리 씨 오빠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일찍 입대하며 집을 떠났다. 폭력은 중학생인 예리 씨에게 대물림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예리 씨는 친구 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번 뒤에는 월세방을 얻어 살았다. 그러다 이십 대 초반, 예리 씨는 우연히 놀러 간 타지에서 친했던 동네 오빠와 재회했다. 그곳에서 두어 달을 지내며 자주 얼굴을 보던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싹텄고, 둘은 부부가 됐다.
고향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열심히 돈을 벌었다. 예리 씨는 카페에서, 배우자는 한식당에서 일했다. 예리 씨의 뱃속엔 사랑스러운 아이가 자라고 있었고, 모든 일이 잘 풀리리라 생각했다. 7년 전 그날, 고향으로 온 지 2주 만에 끔찍한 악몽이 찾아오기 전까지.
가스 폭발 사고랬다. 곰탕을 끓이러 주방에 들어갔던 예리 씨의 배우자는 전신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다리에는 3도 화상을, 팔과 얼굴 반쪽에는 2도 화상을 입었다. 피부 이식이 필요할 정도였다. 그렇게 나온 병원비는 7천만원 가량. 막 살림을 차린 20대 신혼부부에게 그만한 돈이 나올 리가 없었다. 산재 처리는 반밖에 되지 않았고, 전액을 보전해주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식당에서는 그 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예리 씨 부부는 3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다.
병원에서는 치료비 지불 능력이 없는 예리 씨 부부의 통장을 압류했다. 뱃속의 아이가 6개월 차일 때였다. 1천만원을 먼저 갚으면 통장 압류를 풀어준다는 병원 측 말에 예리 씨는 카드 대출을 받아 그 돈을 갚았다. 식당을 향해 소송도 하며 카드빚을 갚아야 했고, 병원비도 계속 내야 했기에 예리 씨 배우자는 사고 두 달여 만에 퇴원한 뒤 인력 일과 식당 일을 전전했다.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전자레인지를 팔아 갓난 아이 분유를 사 먹일 정도였다. 식비가 모자라 배우자의 할머니 댁에서 라면이나 밥을 얻어먹는 삶. 생활고와 불안에 시달리던 삶은 둘째를 낳고 LH 전세주택을 얻은 후에야 조금 안정됐다.
◆생활 힘들어 병원비 밀리자 다시 통장 압류, 남편은 일하다 부상
배우자가 다리 통증을 호소하다 식당 일을 그만두게 되며 살림은 다시 힘들어졌다. 병원비로 소송하던 식당에서는 2천만원에 합의를 종용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더는 변호사 선임할 돈이 없었던 예리 씨 부부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받은 돈은 그동안의 변호사 선임비와 병원비로 냈다.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병원비를 냈음에도, 남은 빚은 여전히 천만원을 훌쩍 넘겼다.
예리 씨 배우자는 다시 간간이 일용직 일을 하기 시작했다. 생활이 어렵다 보니 LH 이자나 매달 조금씩이라도 갚던 병원비를 몇 달치 내지 못했고, 그러자 바로 남은 병원비에 대한 압류가 들어왔다. 공과금은 단전을 앞두고 긴급 생계비 지원을 받아 해결했지만, 부부의 통장은 몽땅 묶여버렸다.
게다가 지난 11월 예리 씨 배우자는 일을 하다 임시 가설물에서 떨어져 발목을 다쳤다. 수년 전 화상을 크게 입고 피부 이식을 받은 다리였다.
지난 12월 중순부터 산재로 휴업급여를 받지만, 그 돈으로 신장 이상이 있는 첫째 병원비, 두 아이 실비 보험과 대출금, 공과금을 내고 네 가족이 생활까지 하려니 턱없이 부족했다. 은행에서 생계비를 대출한 돈도 지난달부터 상환하지 못해 카드도 막혔다.
기초생활 수급을 신청하려면 배우자가 근로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산재 치료가 끝난 3월 이후에야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예리 씨도 자가면역질환이 있지만 상황이 어렵다 보니 병원에 갈 엄두도 못낸다. 아이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장보기 비용으로 겨우 밥을 아껴 먹고 있는 네 가족. 부부 모두 가족들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아 도움을 바랄 수도 없다.
습도가 높아 바닥과 맞닿은 벽지가 온통 벗겨진 집에서 무력감에 시달리며, 예리 씨는 오늘도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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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말기 암, 생활고에 시달리는 세 가족 가장 박정호 씨에 2,338만원 전달
다섯 살 딸과 배우자와 함께 단전 위기의 곰팡이 집에서 생활하는 말기 암 환자 박정호 씨(매일신문 1월 7일 10면 보도)에게 2천338만2천79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10만원 ▷서은주 3만원 ▷조금래 3만원 ▷조영호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강지원 1만원 ▷김순희 1만원 ▷배상영 1만원 ▷정희진 1만원 ▷가지영 5천원 ▷이장윤 2천원 ▷김리나 1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생활고에 다섯 가족 걱정하는 백영은 씨에 2,102만원 성금
부당 계약으로 인한 억대 추심으로 단전 위기의 생활고에 시달리는 백영은 씨(매일신문 1월 14일 11면 보도)에게 38개 단체, 110명의 독자가 2천102만7천408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영곤)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유주영 40만원 ▷이신덕 30만원 ▷박철기 20만원 ▷한예훈 12만원 ▷곽용 김영숙 서병일 이동욱 전시형 조은정 최창규 최채령 허금주 황우원 각 10만원 ▷김종균 김호근 박경욱 박정희 박종천 배상영 서정오 서준교 안대용 염정원 유명희 이종하 이창영 임채숙 전우식 정수영 최상수 최원석 하경석 하혜련 각 5만원 ▷신금례 4만원 ▷김영수 김태욱 박승호 신광련 이대희 이석우 이영아 이재열 이지현 최춘희 하정수 각 3만원 ▷권오영 권유진 김태천 김택환 류휘열 박기영 박은경 방순옥 서숙영 여환주 이재민 이해수 최한태 각 2만원 ▷김균섭 김다영 김삼수 김성진 김지영 김진만 김형철 박인배 박진구 박태용 박홍선 변희광 우철규 유귀녀 이경희 이미숙 이상일 이영수 이운대 이원형 이유록 장다금 전선수 정서원 조영식 최경철 허영재 각 1만원 ▷신혜진 윤인주 조용인 각 5천원 ▷이현주 최연준 각 1천원
▷'익명' 100만원 ▷'사랑나눔624' '주님사랑' 각 10만원 ▷'재원수진' '최한태최수진' '피땀눈물(로지스올)' 각 5만원 ▷'힘내세요(blood)' 3만원 ▷'부모님임대업병원기원' 2만2222원 ▷'석미혜(계대)' '석희석주' 각 1만원 ▷'화이팅팅' 7천777원 ▷'수민' '은빈' 각 5천원 ▷'돕기' 238원 ▷'조금이라도돕기' 86원 ▷'소액돕기' 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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