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신동우] 특급호텔을 향한 포항의 목마름

경북부 신동우

경북부 신동우
경북부 신동우

지난달 포항시는 환호지구에 들어설 특급 호텔 민간 공모에 나섰다.

이번 공모에는 국내 굴지의 호텔 운영사가 단독 참여 의사를 밝히며 꽤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

특급 호텔 유치는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MICE산업 육성의 출발신호와 마찬가지다.

회의(Meeting), 포상 여행(Incentive Travel),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앞 글자를 딴 MICE산업은 포괄적 관광 서비스 산업을 말한다.

당연히 국제 행사가 진행될 수 있는 전시 시설과 이들을 수용할 숙박 시설이 필수다.

회의 시설을 위해 포항시는 옛 미군 부대로 활용됐던 북구 항구동 '캠프 리비' 약 2만6천608㎡ 부지에 2026년 12월까지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규모와 시설부터 이미 대규모 국제 행사 및 전시회를 염두에 두고 지어지는 건축물이다.

센터 완공도 채 이뤄지기 전부터 포항시는 UN 기후행동 플랫폼인 UN글로벌혁신허브의 부속 회의까지 유치하며 벌써부터 MICE산업에 대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초청 인사들을 재울 숙박 시설이다.

특급 호텔이 없는 포항으로서는 영일대해수욕장 앞에 딱 하나 세워져 있는 160개 객실의 3성 호텔이 현재 유일한 대안이다.

관광사업법상 호텔 등급을 받고 있는 포항의 숙박 시설은 3성급 1곳, 2성급 4곳, 1성급 1곳 등 6곳이 고작이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372개 객실이 나온다.

국제회의 등을 진행하기보다 예식이나 가족여행, 단기 출장 등을 수용할 만한 소규모 호텔들이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관광산업의 본질에서 포항의 경쟁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포항시의 설명이다.

특급 호텔은 500개 객실 이상, 대규모 회의장, 비즈니스 지원, 사우나 등 휴게 시설을 갖춘 소위 4성급 이상의 호텔을 말한다.

국제회의를 진행할 때 국가적 체면 문제는 둘째로 치고, 무엇보다 실질적인 행사 진행에 무리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특급 호텔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특급 호텔 부재 문제는 MICE산업이 태동하기 훨씬 전부터 불거져 왔다.

포스텍·한동대 등 국내 유수의 대학들과 방사광가속기·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처럼 국제적 명성의 R&D 기반을 갖춘 포항은 오래전부터 국제 학술 포럼이 진행돼 왔고, 번번이 숙박 시설 문제가 골칫거리로 남겨졌다.

포스텍이 매년 발생하는 적자를 떠안고도 교내 숙박 시설인 '포스코국제관'을 운영하는 것도 그 이유다.

포스코가 2007년 250억원을 들여 짓고 포스텍에 기부채납한 포스코국제관은 60개 객실과 300석의 국제회의장을 갖춘 숙박 시설이다.

다만, 운영 주체가 포스텍이다 보니 관련법상 학교 관계자 외에는 일반 손님을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국제 학술 포럼을 개최하며 세계 석학들을 쉬게 할 숙박 시설이 없어 만성 적자까지 감내하는 속사정은 또 어떨까 공감이 간다.

현재 포항은 과거 철강 일변도의 공업도시에서 벗어나 2차전지, 바이오, 수소 특화단지 등 신산업 다변화의 걸음을 걷고 있다.

신산업은 글로벌 초격차 기술을 위해 R&D가 밑바탕을 든든히 받쳐 줘야 성장이 가능하다.

당연히 각종 국제 학술 포럼이 포항에서 숱하게 진행돼야 하고, 한번 이곳을 찾은 세계 석학들이 계속 방문하고 싶어 하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 위기를 맞은 지금, 별로 볼 것도 없는 작은 지방 도시에 왜 특급 호텔이 필요한지, 삐딱한 시선보다는 먼저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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