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0대 4명이 도쿄 시내의 한 명품 상점을 털다가 붙잡힌 사건은 일본을 발칵 뒤집었다.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둠인 '야미'와 아르바이트를 칭하는 '바이토'의 합성어인 '야미바이토'의 결과다.
최근 '아레아레'('나야 나'란 말의 일본어)라는 사기 수법은 일본 젊은 층에 야미바이토가 얼마큼 확산했는지를 보여 준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지인 행세를 하며 돈을 갈취하는 일종의 보이스피싱인데, 젊은 백수들이 쉬운 부업으로 이 같은 범죄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미바이토는 야쿠자 등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이들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야쿠자에게 노출된 개인정보 때문에 범죄 행각에서 '손절'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일본의 황금기를 경험했던 중장년층의 사기가 꺾인 사건도 지난해 발생했다. 매춘 여성이 성매매를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붙잡힌 사건이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는 "이제 우리는 한국도 깔보는 나라로 전락했는가?"라며 탄식했다고 한다.
야미바이토와 한국 원정 성매매 사건은 모두 일본의 경제 파국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우리의 상황도 되돌아보면 남 일 같진 않아 보인다. 내수와 투자, 국가 살림 등의 지표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소비지출 증가율은 0.0%로 바닥을 쳤고, 반도체·자동차 등의 수출 부진으로 기업의 국내 투자도 2023년 3분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정부라도 돈을 풀어야 하지만 여력이 없다. 조기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1분기 지출이 2023년 30%, 2024년 32%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왔다. 하반기 경기 기대감 때문이었으나 큰 착각이었다. 빚만 늘어난 데다 지난해 54조원의 세수 펑크까지 겹치면서 정부 곳간은 텅 빈 상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마지막으로 발표한 경제성장률은 올해 1.9%, 내년 1.8% 정도다. 이마저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국의 관세 폭탄,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 등 대외 변수가 없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탄핵 국면이라는 내부 변수까지 더해지면 우리의 경제 성장은 얼마큼 추락할지 모를 일이다.
경제의 가장 큰 악재는 불확실성이다. 경제를 견인해야 할 정치라도 변수를 줄여야 하지만 실태는 더욱더 기관이다. 사생결단식 이전투구를 벌이는 기성 정당은 물론이고 정치개혁을 자처한 신당들의 모습도 부끄럽기 이를 데 없다. 한 신당의 수장은 가족 문제(자녀 입시 비리)와 직권 남용(청와대 감찰 무마) 등 집 안팎에서 벌인 비위로 감옥에 있고, 또 다른 신당에선 사무총장 인선 문제로 파국 직전이다. 여기서 국고보조금 등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 인선'이라는 점이 주목되는데, 개혁을 내건 정당의 갈등 기점이 결국 '돈'에 있다는 점에서 실망을 넘어 환멸까지 불러오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한 시점이다.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한 여당의 약속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고, 야당도 대통령에게만 들이대던 사법 잣대만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혐의에 대한 법적 판단을 사법부에 맡긴 채 이번 사태에서 손을 떼야 한다. 야당이 심판하겠다던 '내란'이 내란인 건지, 수십 건의 탄핵을 통해 행정부를 마비시키는 게 '내란'인지는 경제적 관점에서 다시 한번 따져야 할 문제다. 각자가 정의를 외치고 있지만 (경제) 지옥으로 가는 길은 항상 정의로 포장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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