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 침체에 설 연휴가 두려운 대구 산업계

대구 산단 수출액 15% 급감…10곳 중 8곳 "경기 악화됐다"

20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휴업 중인 한 공장 입구 앞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우태 기자
20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휴업 중인 한 공장 입구 앞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우태 기자

20일 오후 대구 성서산업단지. 설 연휴를 일주일 정도 앞둔 시점이지만 들뜬 분위기는 오간데 없고 물류 차량도 드물었다. 발걸음을 조금만 옮기자 '공장 임대' '현 위치 매매' 등의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차부품사 직원은 "경기가 나쁘다 보니 설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 물량도 줄어서 잔업은 없고 연휴는 그대로 다 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만큼 급여도 줄어서 좋은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폐업이 이어지며 공장 건물을 내놓는 추세지만 인근 공장 전문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마저도 "팔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운영난을 겪어 문을 닫는 사례도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산업계가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조사한 전국산업단지현황 통계를 보면 대구지역 산단의 3분기 기준 누적 생산액은 27조6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약 15% 급감했다.

이달 초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기업(대상 445곳· 응답 260곳)을 대상으로 설 체감경기를 조사한 결과, 호전됐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했고, 악화됐다는 기업의 비중은 80.1%(매우 악화 32.0%·다소 악화 48.1%)에 육박했다. 설을 맞아 상여금 혹은 선물을 지급할 계획인 기업의 비중도 작년 기준 84.2%에서 올해 73.9%로 줄었다.

20일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공장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우태 기자
20일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공장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우태 기자

소상공인들의 부담도 가중되는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의 일반보증 대위변제액은 2조3천997억원 순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조7천126억원)보다 40.1%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대위변제는 소상공인 등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제공한 지역신보가 소상공인이 갚지 못한 대출을 대신 변제하는 것을 뜻한다. 소상공인을 대신해 갚아준 빚이 갈수록 사상 최대치인 셈이다.

팔달신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권모(57) 씨는 "연말과 연초에 특수를 맞아 장사가 비교적 잘되기 때문에 설 연휴는 추석보다 여유로운 적이 많았다"며 "올해 같은 경우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가 극심해 명절을 제대로 보낼 여유조차 없다. 차례상을 지내는 것 외에는 설 당일에도 장사를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관으로 열린 경제정책 관련 회의에 참석한 국책 연국기관장들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타깃팅한 맞춤형 선별적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며 "적극적인 거시정책은 조속한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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