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통령 구속됐는데, 특검이 무슨 소용인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했고, 검찰이 다음 달 초 윤 대통령을 내란(內亂)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계엄 사태 관련 특별검사(특검)가 무슨 실익(實益)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검찰이 윤 대통령 등 계엄 사태 관련자들을 기소하고 나면, 특검은 피의자들의 공소 유지밖에 할 일이 없다. 자칫 정치적 갈등을 키우고 세금만 축내는 특검이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한 내란 특검법안을 정부로 이송했다. 정부는 15일 이내인 2월 2일까지 이 법안을 공포(公布)하거나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해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여야 합의에 따른 위헌적 요소가 없는 특검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공정성·객관성에 의심이 들 경우에 예외로 운영되는 제도다. 그러나 계엄 사태 수사는 그렇지 않다. 검찰, 경찰, 공수처가 수사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수사 진행도 속전속결(速戰速決)이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과 경찰 수뇌부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는 데 이어 헌정사(憲政史)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까지 구속됐다. 공수처와 경찰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압박하는 야당의 눈치까지 봤다. 윤 대통령이 불법·과잉 수사라고 반발할 정도다.

최 권한대행이 특검법안을 공포한다고 해도,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검찰의 기소(起訴) 전 특검 출범은 어렵다. 이럴 경우 재판 중인 윤 대통령 등 관련자들에 대해 특검이 가동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다. 특검은 내란 혐의 기소도 하지 못한 채 100억원대의 세금만 낭비하게 된다. 계엄 사태 수사는 9부 능선을 넘었다. 더 수사하고 체포할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특검을 고집한다. 특검법의 수사 기간(100일)과 수사 브리핑을 활용해 여권을 공략하기 위한 '정략(政略) 특검'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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