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임상준] 당(唐)나라 군대와 별들의 전쟁

철통 안보는 대한민국 존립 근거, 강한 군대가 철통 안보 토대
트럼프 강한 미국, 강한 군대 선포…우리도 대내외 안보 환경 고려해야…

저격수(공군 특수임무대대 소속)와 관측수(해병대 특수수색대대 소속)가 팀을 이루고 K-14 저격사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병대 1사단 제공.
저격수(공군 특수임무대대 소속)와 관측수(해병대 특수수색대대 소속)가 팀을 이루고 K-14 저격사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병대 1사단 제공.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남자들의 술자리에는 군대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군번을 대조하며 서로 선임이라 우기는 일도 있고, 헐렁하게 군 생활을 했으면서도 '특수 훈련' '살인 교육'을 받았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수많은 '가라(唐의 일본 발음)' 무용담 중에서도 하나로 모이는 진실이 있다. 스타(장군)가 하느님, 부처님과 동기 동창이라는 얘기다. 대한민국 군필자라면 경험했던 스타의 아찔함(?)은 팩트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

투스타(소장)가 뜨면 아스팔트에 구두약을 발라 광을(光) 내는 건 기본이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진다는 사단장 말 한마디에 삽질로 산을 깎아 냈다는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군대에서 별의 존재가 호랑이나 곶감보다 무섭다는 명제는 참이다.

절대 지존 별 달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60만 군인 중 단 400여 명만이 장군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만큼 보상은 달다.

별을 달면 바뀌는 게 100개 이상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40여 개 정도라고 한다. 장군에게는 복장부터 업무 편의성을 위한 비서실, 경호원 등 혜택이 주어진다. 고액 연봉은 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계엄 선포 뒤 47일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까지는 날이 더 가야겠지만 영어의 몸이 된 대통령을 많은 국민이 짠하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의 수사 권한과 영장 관할 법원 등 법리상 논란의 소지가 커도 우선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

코흘리개 때부터 들어왔던 '악법도 법'은 그렇다 치고, 현직 대통령 초유의 구속과 헌재에 직접 변론을 나선 모습을 지켜보면서 불편한 진실처럼 지워지지 않는 일이 하나 있다.

이번 계엄 사태에 대응하는 별들의 모습에서 절망에 가까운 체념을 느꼈다는 것이다. 어깨에 별을 주렁주렁 단 군 수뇌부들이 국회에 불려 나와 대통령 탓하며 눈물 찍어 바르는 건 예사, '난 항명했다'라고 항변·자백하는 모습에서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 정신은 찾을 수 없었다.

'돌격 앞으로' 명령이 떨어지면 변호사 자문부터 해야 한다는 비아냥을 흘리기가 어렵다.

'망국의 군대'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당나라 군대'다.

병사들은 오합지졸에 장군은 흐리멍덩하고 군기는 온데간데없고,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구분 안 되는, 어원(語原)은 제각각이지만 군기 빠진 군대를 빗댄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의 군대가 겉만 멀쩡하고 속은 텅텅 빈 수수깡 군대, 당나라 군대가 되어 가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장군들이 울먹이며 '항명'을 항변하는 모습에서 윗물이 저 모양인데 아랫물이 '제대로이겠는가'라는 의구심을 떨쳐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휘관부터 바로 서야 한다.

가장 먼저 적진을 뚫고 가는 군인 정신을 보여 줘도 모자랄 판에 불리하면 '양심 선언' '항명'을 해 버리는 지휘관의 명령은 통하지 않는다. 더욱이 진위를 따지기도 전에 '선거 출마용인가'라는 의심을 사는 세태도 신뢰를 잃어 가는 군의 자화상일지 모른다.

안보는 생명이다. 특히나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안보는 국가의 존립에 대한 타협할 수 없는 명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군사만큼은 최강 군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군사력에서 월등히 앞서는 미국조차도 다시금 군을 담금질하겠다는 약속이 부러울 따름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