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탄핵 심판정 오른 윤 대통령, 충분한 변론 기회와 여유 줘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주요 인사 체포 시도를 비롯해 ▷포고령 집행 의사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계엄 해제 의결 저지 국회의원 결박 시도 등 야권이 기정사실화한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실체와 다른 의혹들이 부유(浮遊)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통령의 직접 출석을 지지세 응집(凝集)을 위한 퍼포먼스쯤으로 받아들이는 탄핵소추 대리인단의 평가 절하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특히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선전·선동일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내서 혼란을 일으키려는 게 아닌가 매우 우려스럽고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반대로 윤 대통령을 둘러싼 조사 절차 등 제반 여건에 무리한 측면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일관되게 요구하고, 강조한 건 절차적 정당성이다. 내란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 수사에 묵비권으로 일관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앞서 20일 윤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강제 구인에 나섰다. 전례가 없는 시도이자 무리한 집행이다. 박근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은 '방문 조사'로 대신했던 이력이 있다. 공수처는 강제 구인 등을 포함한 형사 절차를 재차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근거로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지만 이는 민간인의 경우다. 설상가상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가족과 서신 교환도 금지했다. 국가 원수에 대한 처분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인간적으로도 온당치 않다.

헌재의 변론 일정도 우호적이지 않다. 5~8차 변론이 다음 달 4일, 6일, 11일, 13일로 일주일에 두 건씩 열리는 강행군이다. 충분한 대비가 곤란해 무리가 따른다는 변호인단의 항의도 당연하다.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이 속도전으로 처리돼선 안 된다. 더구나 그것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해소용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충분한 변론 기회와 여유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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