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싹 다 정리하라"는 지시에 간첩단 사건인 줄 알았다가 뒤늦게 정치인 체포지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22일 홍 전 차장은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 출석해 계엄 선포 전후로 윤 대통령, 여 전 사령관과 나눈 통화 내용 등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오후 8시 22분쯤 윤 대통령이 전화 통화로 '한두시간 후에 중요하게 전달할 사항이 있으니까 대기하라'고 말했고, 대기 중 비상계엄 소식을 TV를 통해 접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국정원이 국가 핵심 정보기관인데 비상 상황이라는 부분에서 정보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비상계엄이 발효됐는가"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10시 53분쯤 윤 대통령에게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그때 목적어가 없어서 누구를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국내에 장기 암약하던 간첩단 사건을 적발했나보다, 그래서 긴급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홍 전 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보고했으나 조 원장이 보고를 외면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께서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라고는 보고하지 않았다"면서도 "정황상 관련된 보고를 드렸다"고 표현했다.
이어 "더구나 11시 6분에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하고 11시 30분에 원장님께서 지시하셔서 집무실에서 긴급 정무직 회의가 열리는데 방첩사한테 받은 내용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말씀 안 드릴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홍 전 차장은 안규백 국조특위 위원장의 관련 질의에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다고 하면서 방첩사에서 한동훈과 이재명을 잡으러 다닌다고 말하니 (조 원장이)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고 말했"을 뿐 관련 보고 받기를 "거부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정치인 체포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대통령을 좋아했다. 시키는 것 다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체포 대상) 명단을 보니까 그거는 안 되겠더라"고 토로했다.
홍 전 차장은 안 위원장을 향해 "예를 들어 위원장님이 가족과 저녁 식사하고 TV를 보는데 방첩사 수사관과 국정원 조사관들이 뛰어들어 수갑을 채워서 벙커에 갖다넣었다. 대한민국이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런 게 매일매일 일어나는 나라가 하나 있다. 어디? 평양. 그런 일을 매일매일 하는 기관이 어디? 북한 보위부"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의 정치인 체포 지시 보고 주장이 사실인지 묻는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 질의에 "저한테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제 명예를 걸고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며 부인했다.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서 조 원장은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소집한 국정원 정무직 회의가 끝난 뒤 홍 전 차장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전화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치인 체포 지시에 관한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재차 반박했다.
조 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의원 등의 관련 질의에 "(홍 전 차장이 정무직 회의 후) 정치인들을 누가 잡으러 다닐지 모르겠다고 했으나 대통령이 전화했다는 얘기와, 정치인들을 잡으러 다닐지 모르겠다는 (두 얘기) 사이에는 두세 가지 얘기가 끼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셨다'는 보고 후 다른 얘기는 대통령 지시로 보고한 게 없다"고 거듭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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