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0억 어음 사기' 장영자, 5번째 옥살이…이번엔 150억 위조수표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1980년대 6천400억원대 이르는 희대의 어음 사기사건을 저지른 장영자(81)씨가 다섯 번째 옥살이를 살게 됐다. 이번에는 15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항소3부(태지영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앞서 장씨는 2017년 7월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모 업체와 농산물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154억 2천만 원 상당의 위조수표를 선급금 명목으로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씨는 1심 재판에서 "위조수표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약 위조 사실을 알았다면 이런 사실이 금방 들통날 수 있기 때문에 즉시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수표를 사용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피고인은 수개월 후에나 공급받을 수 있는 농산물에 대한 선지급금으로 위조 수표를 사용했고 그사이 위조수표라는 사실이 드러나 아무런 이익을 보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안을 다르게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으로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없으므로 수표 위조 여부를 몰랐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피고인은 당시 계약을 체결하면서 A씨로부터 이행보증금 3000만 원을 지급받은 뒤 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피고인이 유죄를 확정받았던 사건과 관련한 위조수표의 액면금액이 이번 사건 위조수표와 일치하고 수표번호도 과거 사건 위조수표와 연속된다"며 "타인에게 위조수표를 건네 현금화하도록 하는 방식 등 범행 수법도 비슷하다"고 부연했다.

앞서 장씨는 지난 1982년 국가안전기획부 차장을 지낸 남편 이철희씨와 함께 6천400억원대 어음 사기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장씨의 형부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씨 등 30여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장씨는 1992년 형기를 5년 남겨두고 가석방됐으나 2년뒤 140억원 규모의 차용 사기 사건으로 다시 4년 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후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지만 2000년 구권화폐 사기 사건으로 구속기소됐고 2015년 1월 석방되는 등 수차례 옥살이를 겪었다.

장씨는 이번 판결에 대해서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