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단기 퇴물된 공수처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 [이동재의 캐비닛]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굳은 얼굴로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굳은 얼굴로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바닥을 보여주기도 어렵다. 양쪽 진영에게 조직 폐지 정당성을 온몸으로 알리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졸속 수사권 조정과 정치 편향성 시비 속에 출범한 공수처는 '역대급 최단기 퇴물'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출범 후 공수처가 받아든 성적표는 '구속영장 5전 5패' '직접 기소 사건 중 유죄 확정판결 0건'이다. 수사 능력은 경험에 비례한다. 출범 초기 멤버는 내홍으로 거의 모두 퇴직했고 검사 경험이 짧았거나 아예 없던 사람들이 부장검사를 맡고 있다. 검찰지청은커녕 경찰지구대보다도 경험이 부족하니 제대로 굴러갈 턱이 없다. 애초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나서면 됐다.

이동재 객원편집위원 (전 채널 A 기자)
이동재 객원편집위원 (전 채널 A 기자)

연일 헛발질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놓곤 경찰에 집행 권한을 일임하려 했다가 거부 당하자 이를 철회했다. 대통령이 수사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진술을 거부해 조사의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강제구인' 시도만 이어갔다. 체포는 조사가 목적이다. "총 맞아도 집행하라"는 야권에 '뭐라도 보여주자'라는 생각이었을까. 그 와중 대통령 가족 면회 금지에 이어 서신 수‧발신까지 막으며 '증거인멸 우려'를 주장했다.

능력이 부족하면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 매년 국민 세금 200억 원을 쓰는 공수처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 심사 전날엔 한우 파티를 열었다. 공수처 격에 맞게 술상에 오른 건 와인이었다. 2021년 출범하자마자 호송차 뒷문이 안 열려린다는 이유로 '수사외압' 피의자 이성윤 검사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네시스 G90 관용차량으로 모셨던 일은 우연이 아니었다.

공수처는 사실상 빈손으로 만세 부르듯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공수처의 시간 허비에 마음 급한 검찰은 대통령의 구속기간 영장을 신청했다가 24일 밤 기각 당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미 공수처가 수사해 송부한 사건에서 검사에게 수사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구속영장 연장 재신청을 한다고 하지만 서부지법도 아닌 서울중앙지법에서 딱히 다른 판단을 할까. 검찰 출신 한 법조인은 "불허가에 대한 재신청 전례는 처음 본다"고 했다.

그렇다고 공수처의 부실한 수사자료를 토대로 몇 시간 만에 일국의 대통령 공소장을 뚝딱 만들어 기소하는 것 역시 국제적 망신을 당할 코미디다. 심우정 검찰총장과 박세현 수사본부장 입장에선 공수처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공수처는 존재 이유를 잃었다. 졸속 수사권 조정 속에 공수처를 밀어붙인 민주당과 깡통 논리로 찬동하던 이른바 법학자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립의 중심에 섰던 사람은 '학교'에 있다. 그는 무너진 사법 시스템에 대한 사과보단 영치금에 진심인 것 같다. 천둥벌거숭이의 해괴한 수사 실험 속에 국민 세금만 펑펑 터지고 있다.

이동재 객원편집위원(전 채널 A 기자)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2024년 4월부터 매일신문 객원편집위원으로 합류했습니다. 이제부터 기명칼럼 [이동재의 캐비닛]과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에서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을 통해 이동재 위원의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