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형배 재판관님, 2010년에 국민의힘이 있었나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청구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청구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010년 남긴 기행문이 비교적 최근 수정된 정황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기행문에는 원글 뒤에 여행 비용 대납 논란을 의식한 듯한 짤막한 해명 문장이 추가됐는데 2010년에 없던 정당명 '국민의힘'이 거론돼서다. 국민의힘은 2020년 새롭게 나온 정당명이다.

문 대행은 2010년 11월10일 자신의 블로그 '착한사람들을 위한 법 이야기'에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와서'란 기행문을 남겼다. 그는 2006년 9월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법연구회 해명문 등을 포함한 글 총 1513편을 썼다.

"선거관리위원회 사람들 7명과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왔다"로 시작하는 기행문엔 문 대행이 선관위 관계자들과 홋카이도를 두루 돌아본 경험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문 대행이 기행문을 쓴 2010년 11월 당시 그는 부산지법 부장판사였다. 광역시에 위치한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은 산하 구(區) 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한다.

그런데 마지막 덧붙은 문장 때문에 최근 인터넷에선 문 대행의 글이 큰 화제가 됐다. 문 대행은 말미에 "당연한 이야기지만 비용은 각자 부담하였고, 연가를 이용하여 다녀왔다. 내가 위원장으로 있을 때 국회의원 선거 및 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선출되었다"고 적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최근 추가한 문장. 문 대행 블로그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최근 추가한 문장. 문 대행 블로그

글이 적힌 2010년 당시엔 국민의힘이란 정당은 없었다.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이 2020년 당명을 변경하며 생긴 명칭이고 2010년 당시엔 한나라당이었다. 문 대행이 '무언가'를 의식해 국민의힘으로 당명이 변경된 뒤 블로그 글을 수정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 대행이 왜 자신의 글을 최근 수정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헌재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이 주장한 부정선거 의혹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건 재판관들이 선관위원장 출신이기 때문"이란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 문 대행을 비롯 헌재 재판관 다수는 지역선관위원장 출신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누리꾼들은 "그는 왜 아무도 묻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비용 문제를 해명한걸까? 갑자기" "찔리니까 급하게 내용 수정했나 보네" "14년 전일 어떻게 기억하지? 일단 켕기는 게 있는가 보네 수정한 거 보니"란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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