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주항공 사고기 엔진서 가창오리 혈흔 나와…복행 중 새떼 접촉 장면도 포착

사조위, 첫 조사 결과 발표…'조류 경고' 이후 블랙박스 기록 중단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연합뉴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사고기 양쪽 엔진에 부딪친 조류는 겨울철 대표 철새인 가창오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기는 1차 착륙을 시도하다 다시 이륙해 복행했을 때 새떼와 부딪힌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조사 당국은 사고기가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채 동체착륙한 이유가 복행 때 발생한 조류 충돌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 사고 조사 위원회(이하 사조위)는 25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첫 현장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사고 발생 30일째인 27일까지 사조위는 조사 초기 확보한 사실 정보를 담은 '예비보고서'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프랑스, 태국 등 관계국에 보내야 한다.

사조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8시 54분 43초 제주항공 여객기는 무안공항 관제탑과 교신해 착륙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3분 뒤인 57분 50초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주의 정보를 받았다. 이후 8시 58분 11초에 조종사들이 항공기 아래 방향에 조류가 있다고 대화한 내용이 남아있었지만, 대화 직후인 8시 58분 50초부터 사고기의 비행 기록 장치(FDR)와 음성 기록 장치(CVR)의 기록이 동시에 중단됐다. FDR은 항공기의 속도·고도·엔진 상태 등 비행 데이터를, CVR은 조종실 내 대화 등 음향 정보를 기록하는 장치다.

6초 뒤 8시 58분 56초에 조종사는 복행 중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선언 '메이데이'를 실시했다. 블랙박스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이는 사조위가 관제 기록을 통해 추정한 시간이다. 이후 약 4분간 사고 여객기는 활주로 좌측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우측으로 선회한 후 활주로에 접근했으며,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 뒤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는 공항 감시 카메라 영상을 통해 사고 항공기가 복행 중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양쪽 엔진에서 발견한 조류 깃털과 혈흔은 유전자 분석 결과 가창오리의 것으로 확인됐다. 가창오리는 몸길이 약 40㎝, 날개 길이는 21㎝의 겨울 철새다. 주로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해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사고 발생 하루 이틀 전까지 수만 마리 규모의 가창오리 떼가 무안공항 인근에서 비행하는 모습이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조위는 "공항 감시 카메라(CCTV) 영상 분석을 통해 복행 중 사고기가 조류와 접촉하는 장면도 확인했다"면서도 "현재 발견된 시료로는 조류 개체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 엔진 상태 확인과 추가 시료 채취를 위해 엔진을 분해해 검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조류 영향과 로컬라이저 둔덕에 대해서는 별도 연구용역을 의뢰해 전문적인 조사와 분석을 할 예정이다.

사조위는 현재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프랑스 사고 조사 당국과 합동으로 사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20일 초기 현장 조사를 종료했으며 정밀한 분석이 필요한 잔해는 김포공항에 있는 사조위 시험분석 센터로 운송한 상태이다.

사조위는 "앞으로도 유가족에게 사고 조사 진행 상황을 가장 먼저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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