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수독과'된 공수처 수사? 수사·기소 분리 원칙 무시한 검찰도 무리수

'위법 수사' 판단 시 전반적인 증거능력 상실, 일각에선 공소기각 가능성도 제기
체포·구속영장 발부한 사법부도 '전횡적 판단' 비판 자초…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가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까지 소환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와 법원의 영장 발부 과정에서 빚어진 적법성 논란이 간단치 않은 가운데 증거능력 상실이나 공소기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독수독과이론은 형사사법 원칙 중 하나다. '독이 든 나무(독수)에 열린 독과일(독과)은 먹을 수 없다'는 논리적 추론에 따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 발견된 2차 증거의 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명시적인 내란죄 수사권한이 없는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수사하고 체포·구속했다. 공수처는 이 과정에서 '영장쇼핑'으로 요약되는 법원 관할권 문제를 비롯해 다수의 논란을 유발하며 윤 대통령을 검찰로 넘겼다.

이렇듯 검찰의 추가 수사가 막힌 상황에서 숱한 절차적 시비를 야기한 공수처의 수사결과만으로 윤 대통령이 기소된다면 '독수독과' 논리에 따라 증거 상당수가 부정될 수 있다. 보수성향 정치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 등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공수처의 수사를 부정하면서 공소기각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수사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공수처의 수사결과만을 바탕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아울러 검찰 역시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을 무시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정작 사법부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면서는 형사소송법 일부 조항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법부의 권한 밖인 것은 물론 중립을 벗어난 판단이라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쏟아졌다.

법원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이후에도 '증거인멸 우려'만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재차 구설을 자초했다. 윤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건 핵심 관계자 10여 명은 이미 구속기소 된 상황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라는 것.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방어권 보장 등을 사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의 전례를 고려하면 당국이 고무줄 잣대를 노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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