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기피 계속…서울 빌라 전세가율 하락세

서울 지역 빌라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전세가율이 낮아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연립·다세대(빌라)의 평균 전세가율은 65.4%로, 전년 동월 대비 3.1%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2022년 12월 68.5%였던 수치와 비교해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빌라 전세가율은 2022년 78.6%까지 높아졌다가 지난해 12월 68.5%로 감소했으며, 특히 2023년 10월에는 부동산원이 전세가율 통계를 공개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4.5%를 기록한 바 있다.

전세가율 하락은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주택을 처분해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렵기 때문에 이른바 '깡통전세'로 분류된다. 전세사기 주택은 전세금이 매매가를 초과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해 주의를 요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72%(5월)까지 치솟았던 빌라 전세가율은 6월 이후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전세가격 상승이 제한된 이유로는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전세 기피와 월세 선호 현상이 확대된 점, 그리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이 강화된 점 등이 꼽힌다.

매매가격 상승세 역시 전세가율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03% 상승해 전세가격지수(0.63%)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전세가율이 낮아지면서 역전세(전세보증금이 집값보다 비싼 상황)를 막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정책적 영향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아 분양이 어려운 만큼 분양업체도 전세가율을 낮추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강서구(74.3%), 영등포구(73.7%), 송파구(73.0%)가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으로 꼽혔으며, 용산구(46.1%), 중구(57.0%), 노원구(59.8%)는 상대적으로 낮은 전세가율을 보였다.

경기 지역 역시 전세가율이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경기 빌라 전세가율은 69.4%에서 67.5%로 1.9%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인천은 같은 기간 76.7%에서 80.2%로 상승해 전국적인 하락세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한편,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여전히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선 곳도 다수 존재했다. 전남 광양(88.9%), 경기 파주(86.1%), 인천 미추홀구(85.4%)와 남동구(85.1%), 연수구(84.4%) 등이 이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