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마경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마경대 부국장
마경대 부국장

시민의 혈세를 지켜야 할 '곳간지기'가 수의계약을 무더기로 수주했다면 시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시민들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점입가경이 된 경북 영주시의회에 분노와 깊은 상실감을 보이고 있다.

우충무 시의원의 부인이 지분 33.33%를 소유한 회사가 영주시와 194건(약 11억5천만원 규모)에 이르는 부당한 수의계약(매일신문 2023년 12월 6일 등)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최근 또 다른 영주시의원 5명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자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정의가 흔들린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영주시의회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실태를 점검한 결과, 우충무 시의원 외에도 5명의 시의원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일부 시의원들은 소명 자료를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A·B시의원은 배우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지자체 공무원들이 법인카드를 사용해 식사를 한 혐의이고, C시의원은 배우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지자체 광고를 수주한 혐의, D시의원은 관용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 E시의원은 영주시 관련 재단에서 물품을 수주한 혐의이다. 이들의 위반 사례는 우충무 시의원만큼의 대규모 거래는 아니지만, 분명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례로 지적받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영주시의회는 앞서 우충무 시의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징계안을 처리하는 과정(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에, 같은 법을 위반한 시의원을 위원으로 참여시켜 심의토록 했다. 시의회가 윤리적 책무까지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영주시의회 사무국 직원들과 전·현직 시의회 의장을 두고 '가재는 게 편' '초록은 동색'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시의회 인사권이 독립되면서 의회사무국 직원들조차 '게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모든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전반기 의장은 징계안(처리 기간 60일)을 윤리특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고 후반기 의장은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해 10월 우충무 시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상정했지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 아닌 '품위 유지 위반'으로 축소해 결국 윤리특위가 무산되도록 하면서 해를 넘겼고 법원에 과태료 처분도 통보하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반성은 없다. "나만 죽냐, 같이 죽자"는 공식이 만들어지면서 시의원들 간 서로 물고 물리는 집단 논개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한 시민은 "법을 위반한 사람들이 자신들과 같은 법을 위반한 사람을 심의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 일"이라며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시의원들은 제척 대상인 만큼 당장 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동종 업계의 일감을 특정인이 독식한 것은 시민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지적한다. 불경기에 먹고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영세업자들의 몫을 시의원이 가로챈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문제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회사 명의를 변경해 운영해 온 의혹에 대한 조사도 뒤따라야 할 부분이라고 시민단체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충무 시의원과 관련해서는 이미 공무원 75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5명의 시의원과 관련해서는 공무원 123명이 또 무더기 감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법을 위반한 시의원들은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더기 수의계약 사태는 공무원들의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내놨고, 그리고 다들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뻔뻔함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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