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딥시크 쇼크] 실리콘밸리 자극한 중국 기술…오픈소스 전략 통했다?

소규모 자본으로 빅테크 뛰어넘어
오픈소스 전략이 패권 가져가나

연합뉴스
연합뉴스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가 미국과의 첨단산업 패권 전쟁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AI 개발에 매진한 실리콘밸리를 자극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 '혁신적 파괴' AI 지각변동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생성형 AI 딥시크의 새로운 모델 'R1'의 뛰어난 성능은 세계 IT산업의 중심 실리콘 밸리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딥시크는 오픈AI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빅테크에 비해 작은 자본을 투입해 챗GPT와 맞먹는 AI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 'V3'에 투입된 비용은 557만6천달러(약 78억8천만원)로 오픈AI가 챗GPT에 1억 달러(약 1천437억5천만원) 이상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딥시크는 AI 성능을 높이기 위해 비싼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사용해야 한다는 공식도 깼다. 딥시크 모델 훈련에는 구형 모델에 해당하는 엔비디아의 H800 칩이 사용됐다. 이는 미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중국 수출용이다.

딥시크와 챗GPT 성능 비교표. 비슷하거나 일부 영역에선 앞선 모습이다. 딥시크제공
딥시크와 챗GPT 성능 비교표. 비슷하거나 일부 영역에선 앞선 모습이다. 딥시크제공

저렴한 반도체를 사용하면서 빅테크의 최신 모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성능을 내고 있다.

딥시크는 기술보고서를 통해 V3의 성능을 오픈AI의 가장 강력한 모델인 GPT-4o,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의 AI 모델인 라마 3.1,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3.5 소네트를 비교했다.

V3는 22개 평가 테스트 가운데 13개 부문에서 다른 경쟁 모델보다 가장 뛰어났다고 딥시크는 설명했다.

선별된 500개의 수학 문제 테스트(MATH-500)에서 V3는 90.2%의 정확도를 보여 80%에 그친 다른 모델을 압도했다. 다중 언어 코드 생성 평가(HumanEval-Mul)에서는 82.6%로 80.5%와 77.2%에 각각 그친 GPT-4o와 라마 3.1을 앞섰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딥시크의 새로운 모델을 보면 추론 연산을 수행하는 오픈소스 모델을 정말 효과적으로 만들면서, 슈퍼 컴퓨팅 효율성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CEO와 당시 공동 의장을 맡고 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2016년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CEO와 당시 공동 의장을 맡고 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신문DB

◆ 오픈소스의 승리?

딥시크의 AI 모델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개선할 수 있는 개발형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즈(NYT)는 "딥시크 AI 모델의 성능은 미 정부의 무역 제재가 가져온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반도체 칩 무역 제재가 오히려 중국 기술자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오픈소스 도구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현재 미국의 빅테크들은 오픈소스가 아닌 폐쇄형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경우 창립 당시 인류를 위한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오픈소스 전략을 고수했으나 이후 자금조달 및 기술개발 가속화 등을 이유로 폐쇄형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공동 찹업자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딥시크의 출현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안팎에선 오픈소스에 기반한 최고의 AI 기술이 중국에서 나올 경우 전 세계 개발자들이 이를 토대로 자신들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돼 장기적으로 중국이 AI 연구개발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메타, IBM 등 일부 기업들이 연구기관들과 함께 오픈소스 커뮤니티 'AI 얼라이언스'를 맺고 폐쇄형 전략을 펴는 오픈AI와 구글 등에 대항해 개방형 AI 모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의 이온 스토이카 컴퓨터공학 교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신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미국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