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뛰어난 성능의 서비스를 선보이며 세계 IT업계에 충격을 주면서 창업자와 연구진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AI인재를 결집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 한국은 전문 인력의 부재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 CNN "중국의 샘 올트먼"
딥시크 설립자 량원펑은 1985년생으로 중국 광둥성 출신이다. 그는 공학 분야에서 특히 손꼽히는 명문대인 저장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 대학 친구 2명과 함께 '하이-플라이어'(High-Flyer)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하고 컴퓨터 트레이딩에 딥러닝 기법을 선구적으로 적용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펀드의 자산은 80억 달러(약 11조5천억 원) 수준으로 불어났고, 량원펑은 소규모 AI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다 독립적인 회사로 분리해 딥시크를 창업했다.
CNN 방송은 그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에 빗대 "AI 기술 전도사로 중국의 샘 올트먼이 됐다"고 보도했다.
량원펑의 펀드 하이-플라이어는 2019년부터 AI 개발을 위한 칩을 비축하기 시작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1만개를 확보해 AI 칩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이후 2023년 11월 딥시크는 첫 번째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 코더'를 공개했고, 지난해(2024년) 5월에는 한층 더 진전된 '딥시크-V2'를 출시했다. 이 모델은 강력한 성능과 저렴한 비용으로 크게 주목받으며 중국 내 AI 모델 시장에 가격 전쟁을 촉발했다.
이어 딥시크-V3과 딥시크-R1은 이 회사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해 7월에 한 인터뷰에서는 기술 혁신을 틈타 폭리를 취하는 것이 딥시크의 목적이 아니며 "AI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사용자 확보를 노리고 저가 정책을 취한 것이 아니라며 "우리 원칙은 밑지지 않되 폭리를 취하지도 않는 것이다. 현 가격도 원가에서 약간의 이익을 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가격을 낮춘 이유는 한편으로는 차세대 모델 구조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먼저 감소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나 AI를 막론하고 모두 보편적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량원펑은 딥시크-V2가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한 이유도 '추종자'보다는 '혁신자'로서 게임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중국도 계속 무임승차자로 있기보다는 점차 기여자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젊은 혁신가들이 주도한 혁신
중국 현지 언론들은 딥시크 돌풍의 주역들을 앞다퉈 조명하고 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중앙TV(CCTV) 산하 영어방송 CGTN 등에 따르면 딥시크는 막대한 자금력을 갖추고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맞서 '젊은 천재들'이 주요 구성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들보다 훨씬 적은 개발비로 그에 필적하는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딥시크의 최신 AI모델 딥시크-V3의 경우,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을 비롯한 중국인 연구자·엔지니어 150명과 데이터 자동화 연구팀 31명이 개발을 이끌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이 139명에 불과하며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연구원만 1천200명이 있는 것과 비교된다고 전했다.
딥시크의 연구인력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 없이 중국 명문대를 졸업했거나 석·박사 과정 중에 있으며 경력도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대도 20대∼30대 초반으로 젊으며 팀리더급도 대부분 35세 미만이다.
량원펑은 2023년 5월 중국 테크 매체 36Kr과의 인터뷰에서 딥시크 개발자 대부분이 대졸 신입이거나 AI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핵심 기술적 역할은 대부분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1∼2년 정도인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운데 가오화쭤와 쩡완딩은 딥시크 AI 모델의 추론 효율을 높인 학습 아키텍처 멀티헤드잠재어텐션(MLA) 연구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가오는 베이징대에서 물리학 학위를 받고 2017년 졸업했으며 쩡은 2021년부터 베이징 우전대 AI연구소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SCMP는 "대부분의 중국 AI 스타트업이 업계에서 인정받은 연구원이나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학파를 선호하는 데 비해 딥시크는 국내파 위주"라며 "이는 인재에 대한 딥시크의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 AI인재 배출 1위 중국…제자리 걸음 한국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싱크탱크 매크로폴로 연구를 인용, 중국은 2022년 학부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상위 20%) AI 연구원 중 절반 가까운 47%를 배출해 미국(18%)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2019년 중국 29%, 미국 20%와 비교하면 미국은 거의 제자리에 머문 반면 중국은 약진하면서 3년 사이에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최고 수준의 AI 연구원들이 일하고 있는 국가의 비중은 3년 사이에 미국은 59%에서 42%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11%에서 28%로 커졌다. 이런 지표는 AI 기술의 우위를 둘러싼 미중 경쟁에서 중국 AI 전문가들이 향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중국이 AI 인재를 많이 양성할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는 막대한 AI 교육 투자가 꼽혔다.
중국은 2018년 이후 학부에 2000개 이상 AI 프로그램을 신설했으며 이 중 300개 이상은 최상위 대학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에서 일하는 AI 전문가의 출신 국가 비중을 보면 중국은 3년 사이에 27%에서 38%로 커졌다. 이에 비해 미국 출신 비중은 31%에서 37%로 늘어나는 데 그쳐 중국 출신과 비중이 역전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매트 시핸 연구원은 "이 수치는 미국의 AI 경쟁력을 위해 중국 출신 연구원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한편, 한국의 AI 전문가 배출 비중은 2019년과 2022년 모두 2%로 제자리 걸음이다.
국내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게다가 높은 수준의 AI 인재들은 대부분 해외 취업을 희망하고 있어 국내 산업 혁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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