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와 북한이 핵 문제 등을 두고 소위 '밀당'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핵보유국'을 언급하면서 손을 내미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방패의 부당한 강화"를 강조하는 등 일단 거절했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반응을 살폈다. 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똑똑한 남자(smart guy)"라며 그에게 다시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북미 정상외교 재개 의사를 밝혔다. 앞서 취임 당일인 20일 북한에 대해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는 표현을 쓰며 군축 협상까지 시사하는 등 김 위원장에 우호적인 손짓을 보냈다. 이에 대해 국내 일각에서는 독자 핵무장 등 핵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백악관은 28일 북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목표 견지 여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였으며, 그(트럼프)는 강인함과 외교를 조합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사상 첫 (북미) 정상급에서의 공약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공약한다'는 문장이 포함된 사실을 상기한 것이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미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며 가장 간악한 적대국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협과 새롭고 전망적인 안보위험성에 대비해 국가의 주권, 이익, 발전권을 담보하려면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인 발언에도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겉으로만 보면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 간 간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미 정상외교 조기 성사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지금은 '밀당'의 시간이라는 게 전반적인 기류다.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후에 할 것으로 예상돼 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조금 더 구체화한 뒤에 실행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밝혔지만 대북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려면 최소 수개월의 시간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황만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 목표'로 돌린 채 임기 내 핵동결 또는 ICBM 폐기 등과 같은 중간단계 '스몰딜'로 상황을 관리하는 데 역점을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북미 정상회담 등을 위한 시간과 여건이 조성되기 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강온을 오가는 밀당과 샅바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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