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골분(骨粉)을 바람에 날려보내거나, 강물에 흘려보내는 영화 장면들은 눈시울을 붉게 한다. 고인의 흔적이 사라지는 허무함, 그렇게 보내야만 하는 애절함이 크다. 그러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산소나 납골당의 장례보다 더 숙연(肅然)한 이별이다.
설 연휴 일가친지가 모인 자리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비롯한 시국(時局) 관련 얘기가 주종을 이뤘을 게다. 열띤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붉으락푸르락. 그런 분위기를 식히는 화제가 있었는데, 바로 '산분장'(散紛葬)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24일부터 산분장이 합법화됐다. 개정안은 '육지의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해양과 산분을 할 수 있는 장소나 시설을 마련한 장사시설'에서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뿌려 장사를 지내는 산분장을 허용한다. 육지에서 '산분할 수 있는 장소'는 지목(地目)이 묘지로 등록된 곳을 말한다. 가족묘·선산은 가능하나, 일반 임야는 개인 소유라도 안 된다.
장례문화는 매장(埋葬)에서 화장(火葬)으로 빠르게 변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매장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화장률이 93.9%다. 문제는 봉안(奉安)시설이 포화 상태라는 점이다. 사망자 수가 2020년 30만4천948명에서 2023년 35만2천511명으로 늘었다. 2072년에는 69만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봉안시설을 늘려야 하는데, 민원 때문에 쉽지 않다.
정부는 2008년 수목장(樹木葬) 등 자연장(自然葬)을 새로운 장례 방식으로 제도화했다. 여기에 산분장을 추가한 것이다. 수목장 등 기존 자연장은 유골 안치에 시설과 비용이 든다. 산분장은 그런 부담이 없다. 산분장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서 22.3%가 산분장을 선호했다. 자손에게 성묘 등의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산되어서다.
프랑스는 산분장 문화가 보편화된 나라다. 전국의 묘지 등은 의무적으로 골분을 뿌리는 장소를 두게 돼 있다. 특별히 제한된 곳이 아니라면 어디서나 산분을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산분장은 너무 제한적이다. 생태계(生態系)에 미안한 일이 아니라면, 한 줌의 재가 되어 고향 뒷산이나 추억이 깃든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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