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헌재 '마은혁 임명' 결정한다면 '인민재판' 하자는 것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의 위헌 여부를 3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와 탄핵 정족수(定足數) 문제는 뒷전이고 마 후보자 임명 문제부터 다루겠다는 것은 명백히 상식과 논리에 어긋난다. 최 권한대행의 '마은혁 불임명'이 위헌인지, 아닌지 따지자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심판부터 마무리 지어 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 범위를 먼저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마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에 임명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받는다. 헌재가 이미 '탄핵 찬성' 답을 정해 놓은 그를 재판관에 임명해야 한다고 결정한다면 '헌법 위반' 여부로 대통령 탄핵을 심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탄핵에 찬성하는 헌법재판관 숫자를 늘려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헌법재판관 8명은 찬반이 4대 4로 갈려 '진영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국회는 이 위원장 출근 첫날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출근 둘째 날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는 더불어민주당이 방송 지배구조를 자기 편에 유리하게 묶어 두기 위해 밀어붙인 정략이었다. 그럼에도 4명이 탄핵에 찬성했다. 헌법재판관 6명의 동의가 필요해 탄핵은 기각됐지만 재판관 4명(문형배, 이미선, 정계선, 정정미)은 이미 탄핵하겠다고 답을 정해 놓고 심리(審理)에 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중 5명이 우리법연구회와 직·간접적으로 '인연'(夤緣)이 있다.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과 정계선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미선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후신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 등에 소속된 적이 없지만, 이 모임 회장을 지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여기에 마은혁 재판관까지 합류한다면 재판관 9명 중 6명이 비슷한 결을 지닌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법에 따른 재판이 아니라 특정 성향을 가진 재판관 숫자를 늘려 재판하는 '인민재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관 제척, 기피 제도는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로 헌법재판소법에도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심판을 맡고 있는 정계선 재판관의 배우자인 황필규 변호사는 국회 측 대리인 김이수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에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 변호인단이 정계선 재판관 기피신청을 했지만 헌재는 바로 기각(棄却)했다. 그뿐인가.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친동생은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헌재는 공정한 재판에 반드시 필요한 판사 기피 제도는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것이 확실시되는 판사를 새로 배치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런 걸 법에 의한 재판이라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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