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중 관세전쟁 포문…中, 보복카드 꺼내며 협상 나서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대로 1일(현지시간) 중국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와 2년 가까이 무역전쟁을 벌인 데 이어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촘촘한 대중국 포위망을 겪은 만큼 일찌감치 '2차 무역전쟁'을 준비해왔다. 각종 제재 수단을 정비했고 전략 자원을 무기화해왔으며, 첨단 산업 역량도 강화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으로서는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경제 회복에 더욱 진력해야 하는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의 파상공세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예정대로 2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확인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중국에 대한 10% 관세 부과를 준비해왔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측 대응책으로는 우선 관세 맞대응이 꼽힌다. 트럼프 1기 미중 무역전쟁 때 이미 보였던 방식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초반이던 2017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고, 여기에서 미중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100일 계획'이 도출됐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미중 포괄적 경제 대화가 별 성과 없이 끝나자 미국은 8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개시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대중국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세전쟁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그해 7∼8월부터 총 1천97개 품목, 500억달러(약 72조7천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9월 2천억달러(약 290조7천억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다시 부과했으며 2019년 5월에는 이 관세율을 25%로 더 높였다.

같은 해 8월에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고, 9월에는 1천120억달러(약 162조8천억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은 2018년 7월 미국의 첫 고율 관세 부과가 시작된 당일 340억달러(약 49조4천억원)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매기며 맞불을 놨다. 8월에는 160억달러(약 23조원) 규모 미국산 수입품을 이 대상에 추가하면서 '500억달러' 틀을 맞췄다.

미중 간 관세 전쟁은 트럼프 1기 마지막 해였던 2020년 1월 1단계 무역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계속됐다.

트럼프 2기의 관세 부과 자체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지만 그 속도는 중국 입장에서 다소 의외라 할 만큼 빨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 정상의 마수걸이 만남과 100일간 '허니문'을 거친 뒤 무역전쟁이 개시된 트럼프 1기와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2주도 되지 않은 시점에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백악관 복귀 전 시 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측근들에게는 취임 100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하는 등 1기 때처럼 두 사람이 본격 대결 전에 우선 만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이제는 중국도 신속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중국도 여기에 충분하게 대비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1기 관세전쟁과 바이든 정부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 조치를 겪으며 산업·통상정책을 가다듬어 온 것이다.

미국 제재 속에서도 세계 선두 전기차업체로 떠오른 BYD(비야디)나 중국 내수시장을 휩쓸고 있는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 등이 국가적 지원 속에 잇따라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감의 근거가 됐다.

미중 인공지능(AI) 전쟁의 포문을 본격적으로 열었다고 평가받는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과 양자 컴퓨터 관련 기술 등도 중국이 내세울 수 있는 '비장의 무기'로 꼽힌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도 그만큼 준비했으니 팃포탯(tit-for-tat·맞받아치기)으로 가면 시차는 더 짧아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압박을 따돌림(覇凌)으로 규정해온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제도적 보복'과 '국제적 우군 만들기'로 요약된다.

중국은 2021년 통과된 '반(反)외국제재법'에서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해 중국을 견제·압박하는 행위 등에 폭넓은 제재로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넣었다.

'걸면 걸리는' 이런 제재에 더해 중국 상무부는 이중용도(민간용·군사용으로 모두 활용 가능) 물자의 미국 군사 부문 수출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중국이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미국 첨단·에너지 산업의 대외 의존도가 높고 자국 생산량이 많은 물자를 계속 리스트에 추가하면서 미국 공급망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규모를 무기로 삼아 미국 기업을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2월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한 것이 대표 사례다.

미국의 관세 인상 칼날이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을 동시에 향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국제적 연대를 구하며 영향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위안정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작년 12월 '중국평론'에 발표한 글에서 "트럼프의 대외 '동시 압박' 정책은 동맹국들에도 관세 인하와 방위비 분담 향상, 미국 상품 구매·투자 압박 등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다만, 내수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가뜩이나 경제 회복에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그나마 경제를 떠받치던 대미 무역 흑자까지 줄어들 상황에 직면한 중국이 결국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가장 큰 무역 흑자를 지속해서 거두고 있으니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흑자 감소 폭을 줄이려는 대응책을 마련하려고 할 것"이라고 짚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