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그대로 '심리적 내전 상태'다. 이념이나 가치관이 달라서 그렇다는 사람도 있고 세대와 성별 갈등의 시각도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은 상식 대 비상식, 지성 대 반지성의 일대 혈투다. 타협이나 양보는 불가능하고 이기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내전 상태다. 왜 그런지 사실관계만 가지고 생각해 보자.
이번 사태의 격발점은 12·3 비상계엄 선포지만 그 전에 이미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3차례가 넘는 탄핵소추가 이루어졌고 예산 국회에서 대통령실과 검찰 등의 특수활동비 및 각종 민생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계엄 직후엔 이재명 대표를 수사했거나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한 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차장검사 전원과 감사원장 탄핵소추가 이루어졌다.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탄핵은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밖에 없었던 매우 예외적 정치 행위였으나 이재명의 민주당은 탄핵소추를 밥 먹듯 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도 무수히 행사됐는데, 모두 야당 단독으로 급속히 의결된 법안들이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두말할 것도 없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민주당의 꼼수가 대한민국의 정치를 비상식적, 반지성적으로 만든 최대 원인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성남시장 시절의 불법 의혹에 대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를 1억원 넘게 유용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본인은 물론 부인까지도 법인카드를 쓰고 다녔고 사모님 팀까지 만들어 공무원을 개인 비서 부리듯 한 것도 드러났다. 2심이 진행 중인 선거법 위반이나 위증교사 혐의는 각종 녹취 자료가 남아 있어 사실관계는 명확하다.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는 이재명 대표의 책임 여부뿐이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에게 그를 지지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가장 많은 대답은 그가 유능하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런가. 경기도지사 시절, 대표 정책은 지역화폐 발행을 통한 재난지원금 혹은 기본소득 정책이었다. 경기도는 그로 인해 1조5천억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았다.
전 도민에게 지역화폐를 지급하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역설한 이 지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던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자들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이 지사의 원색적 비난을 들어야 했고, 이 지사의 정책에 반대했던 남양주시장과 공무원들은 이 지사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소송에서 경기도는 모두 패소해 그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했다. 도지사로서 마지막으로 수행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정책도 결국 패소해 사업자에게 손해를 물어 주었다. 이래도 이 대표가 유능하다고 보는가.
이 대표의 순발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순간적 기지로 토론 상대나 기자의 질문을 무력화시키는 능력은 탁월하다. 그러나 그런 능력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호불호는 크게 엇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한다니까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발언이나 기자의 질문에 전혀 엉뚱한 말을 하는 것, 생방송 인터뷰 중에 이어폰을 빼 던지는 행태 등은 비상식적이고 반지성적이다.
최근 이 대표가 민생지원금으로 25만원씩 지급하자는 주장을 철회할 테니 추경예산을 하자거나 2월 중 국민연금의 모수개혁에 합의하자는 등의 경제정책을 들고나오지만 의구심이 크다. 자신들이 삭감한 예산 아니었나. 쉽게 과거를 부정하는 이 대표의 행태를 고려할 때, 언제 뒤집을지 알 수가 없다.
은행장들을 모아 놓고 부정선거 관련 중국 간첩 이슈를 보도한 모 일간지에 대한 광고 문제를 지적하며 사실상 언론 탄압 행태를 보이고는 해당 언론사가 백지 광고로 반발하자 그저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라는 사람이다. 과거 형이나 형수에 대한 욕설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사람을 국가 지도자로서 신뢰할 수 있을까.
1930년대 나치가 독일을 지배하게 된 이유는 국민이 어리석었기 때문이 아니다. 아니 칸트와 막스 베버 등 세계적 철학자와 사회학자를 배출한 지성적 국가인 독일에서 격정과 광기에 휩싸인 국민의 잘못된 선택으로 역사상 가장 비상식적이고 반지성적 정권이 탄생했고, 그 결과 600만 유태인이 학살되는 인류사 최대의 비극이 일어났다.
지금 우리도 상식과 비상식, 지성과 반지성의 투쟁 속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해야 할 선택의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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