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중국의 기술, 미국의 관세 그리고 한국의 선택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딥시크' 충격은 중국의 저력을 새삼 절감케 하는 계기가 됐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과 부동산 위기, 극심한 내수 침체로 촉발된 중국 경제 위기론 속에 등장한 딥시크는 막강한 기술력을 세계에 각인(刻印)시켰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마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위협받는 처지다. 로봇청소기를 비롯한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제품은 국내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는 저가 물량 공세에 맞서 고전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범용(汎用) 메모리 가격은 급락하고, 배터리 3사의 세계 시장점유율도 10%대로 내려앉았다.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인 비야디의 국내 진출로 완성차 업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를 앞세운 중국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공습은 매우 위협적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월평균 이용자는 지난해 12월 899만 명으로, 1년 만에 2배가량 증가해 쿠팡에 이어 국내 2위다.

미국의 관세 폭탄도 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석유류, 가스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가 수출한 휘발유와 경유 물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통상 정책 탓에 향후 수출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전략에는 동맹국이 없다. 트럼프는 4월 1일까지 불공정 무역과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 얼마나 강도 높은 압박이 가해질지 예측조차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멕시코·중국은 보복 선언을 하고 나섰다. 캐나다는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천명했고, 멕시코 역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대응에 나섰다. 중국은 2일 "미국의 일방적인 추가 관세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WTO 제소 의사를 밝혔다. 바야흐로 관세를 둘러싼 본격적인 전쟁이다.

절체절명(絕體絕命)의 위협이 닥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늘 기회였다. 글로벌 빅테크의 막강한 자본력에 포기 직전까지 갔던 국가 AI 개발은 오히려 딥시크 충격이 재정비할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조선업이다. 수주량(受注量)과 기술력에서 중국에 뒤진 2위이지만 중국 독주를 막을 유일한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트럼프가 중국 조선업 부상과 해군력 강화를 견제할 파트너로 한국을 택한 이유다. 분명 힘든 시기가 닥치고 있지만 탈세계화와 무역 장벽에 직면(直面)한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서둘러 선택과 집중의 통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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