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존폐 위기 자초한 헌재, 국민적 의심 스스로 해소하라

헌법재판소가 존립 근거를 의심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우리법재판소' '우리편재판소', 심지어 '헌법개판소'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모두 헌재가 자초(自招)한 것이다.

헌재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최고 권위와 권한을 가지고 있다. 개인의 기본권이 법률에 의해 침해되는 경우를 심판할 뿐만 아니라, 법률 위헌 여부까지 판단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탄핵을 최종 결정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국가기관 간 권한 분쟁이나 정당 해산 결정권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 모든 결정을 단심(單審)으로 끝낸다. 헌재 판결이 최종적이고 확정적인 결정이라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헌재는 그 어떤 기관보다 공평무사(公平無私)하고 신중하게 판결해야 한다.

현재 헌재 재판관 8명 중 3명이 법원 내 특정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또는 우리법연구회 후신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또 다른 2명은 이 모임 회장을 지낸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그것도 모자라 더불어민주당 등은 역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마은혁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만약 마 후보자까지 임명된다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거나 이와 인연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해 보나 마나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판사 숫자는 3천200여 명이다. 이 중에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은 300~400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판사 중 약 10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헌재에 우리법연구회 출신 비율은 터무니없이 높다. 그럼에도 헌재는 '헌법재판관 개인의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의 주된 혐의는 '내란죄'였다. 그러나 국회 측은 헌재에 와서 탄핵소추안에서 '내란 혐의'를 빼겠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의 가장 큰 이유가 됐던 '내란 혐의'를 뺀다면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킨 탄핵소추안에 심각한 결함이 생기는 것이다. 헌재는 이 탄핵소추안을 마땅히 각하(却下)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헌재는 문제없다며 심리에 들어갔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관이 국회 측 대리인에게 '내란 혐의'를 빼고 심리하는 편이 낫다고 제안했다는 논란까지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출근 둘째 날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돼 직무가 중지됐다. 이 무도한 탄핵소추에 대해 헌법재판관 4명(문형배, 이미선, 정계선, 정정미)이 '탄핵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미 '탄핵' 답을 정해 놓고 심리(審理)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4명의 재판관이 모두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거나 그 회장을 지낸 김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들이다.

정계선 재판관의 배우자는 탄핵소추 측인 국회 측 대리인인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에 근무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정계선 재판관 기피신청을 했지만 헌재는 기각(棄却)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개인적으로도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친동생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산하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의 배우자와 친구, 여동생이 모두 윤 대통령 탄핵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배경이 이럼에도 공정한 재판이 되겠나. 헌재는 '재판관 개인의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궤변(詭辯)으로 넘길 궁리(窮理)를 접으라.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은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즉각 손을 떼야 한다. 그것이 망가진 헌재를 정상화하는 길이고, 대한민국 법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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