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헬기에서 뛰고, 벽도 부순다…웹툰보다 더 웹툰같은 드라마들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3위 '스터디그룹' 티빙 1위
독특한 캐릭터에 만화적 연출로 생동감…원작에 독자 유입 효과도

드라마
드라마 '스터디그룹' 장면들. 티빙 제공

천재 의사가 헬리콥터에서 사람을 안은 채로 뛰어내리고, 공부에만 관심을 두던 안경잡이 고등학생이 주먹 하나로 깡패를 때려눕힌다.

이 만화 같은 상황은 요즘 화제의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와 '스터디그룹' 속 한 장면이다.

웹툰보다도 더 웹툰 같은, 원작의 강점을 그대로 살려낸 드라마들이 최근 사랑받고 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증외상센터'는 공개 첫 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스터디그룹'은 티빙에서 현재 1위(2일 기준)를 달리고 있다.

화제성 성적도 좋은 편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간한 화제성 조사인 '펀덱스 리포트'(1월 20∼26일)에 따르면 TV-OTT 드라마 가운데 '중증외상센터'가 3위, '스터디그룹'이 8위를 차지했다.

'중증외상센터'는 병원을 배경으로 의사가 주인공인 메디컬 드라마이며, '스터디그룹'은 고등학교에서 펼쳐지는 액션을 담은 학원물이란 점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둘 다 인기 웹툰 원작 드라마라는 것이다.

'중증외상센터'는 한산이가(본명 이낙준) 작가의 웹소설에서 시작돼 웹툰,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동명 웹툰은 글로벌 누적 조회 수만 4억1천회에 달한다.

현직 의사인 작가가 이야기를 썼지만, 의학 지식을 전문적으로 내세운 메디컬 드라마라기 보다는 전쟁터를 누비고, 천재적인 수술 솜씨를 뽐내는 의사를 중심으로 한 판타지 장르의 느낌이 짙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도 현실적인 의료인의 모습보다는 초인에 가까운 천재 의사 백강혁(주지훈 분)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였다.

첫 장면부터 폭탄이 터지는 사막을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백강혁의 모습으로 시작했다. 백강혁은 안개 속에서 헬기를 대신 운전하기도 하고, 절벽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뛰어다니며, 본능적으로 혈관이 찢어진 곳을 찾아내 봉합하는 천재로 그려진다.

병원장이나 명문대 출신 교수 카르텔에도 주눅 들지 않고 환자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바른말을 하고, 취재진 앞에서도 거침없이 막말하는 모습은 유쾌함을 넘어 통쾌함까지 선사한다.

만화적 허용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과한 장면 덕에 독특한 캐릭터가 한층 생동감을 얻었다.

'스터디그룹'은 신형욱·유승연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다.

원작 웹툰은 대형 웹툰 CP사(콘텐츠 공급사) 와이랩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머리는 조금 나쁘지만, 대학에 가고 싶은 고등학생 윤가민(황민현)이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피치 못하게 싸움을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드라마에서는 기본 설정은 물론, 불타는 책가방을 활용해 '불꽃 발차기'를 하는 장면, 쇠사슬과 나무토막을 활용해 쌍절곤 전투를 벌이는 모습 등을 그대로 실사화했다.

통쾌한 액션이 매력인 만큼 주먹 한 방에 벽이 깨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도 예사다.

오프닝 영상도 통통 튄다. 그룹 제로베이스원 멤버들이 부른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백패커'는 마치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음악을 연상시킨다.

이장훈 감독은 인터뷰에서 "오프닝과 엔딩에 힙합 음악이 들어가는 스타일리시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웹툰 원작 드라마여도 최대한 정극처럼 손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웹툰 원작이라는 점이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가 되면서 만화적 연출을 그대로 가져오는 모양새다.

또 원작 웹툰·웹소설 팬덤을 의식해 원작을 훼손하는 각색을 하지 않는 경우도 늘었다.

'중증외상센터'와 '스터디그룹'은 각각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인 스튜디오N, 와이랩의 사내 독립 기업(CIC)인 와이랩플렉스에서 제작했다.

웹툰 대형 플랫폼과 CP사 산하 제작사의 손에서 탄생한 만큼 원작 지식재산(IP)의 장점을 한층 잘 살려냈다는 평가다.

웹툰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영상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원작으로 다시금 독자가 유입되는 효과도 낳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이나 웹소설을 영상화하면 '원천 IP'(원작)로 강력한 유입 효과가 발생해 원작 조회수가 평균 33배는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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