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들은 디자인이 획일적이잖아요. 문, 담, 벽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옛 골목은 달라요. 오래된 것일수록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 있어 재밌습니다."
이길화 사진가는 낡은 것, 사라지는 것, 잊혀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대구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을 일부러 찾아서 걸으며 시선이 닿는 곳을 하나하나 프레임 속에 담는다.
최근 재건축으로 옛 모습이 빠르게 사라지는 시대이기에, 그의 작품은 더욱 빛을 발한다. 여기에 강렬한 대비의 그림자나 독특한 색감으로 마치 회화인 듯 착각하게 하는 미감까지 돋보인다.
그는 "사진 속 장면들은 어릴 적 유년기를 보낸 외할머니댁의 구석구석을 꼭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담벼락과 다양한 디자인의 문이 있던 주택에서의 추억이 무의식 속에 소중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며 "나의 사진은 사라지는 것들을 붙들어두고 싶은 기록"이라고 말했다.
편측마비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그는 왼손만으로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가다. 내성적인 성격에다 평소 자신에게 닿는 남들의 시선으로 움츠러들 때도 있지만,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용기가 생긴다는 게 그의 얘기다. 카메라만 들면 누가 쳐다보든 의식하지 않고 몰입하며 해방감과 자유를 한껏 누린다는 것.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단순히 문, 담, 벽을 넘어 그 안에 쌓인 인물과 공간의 얘기를 상상하게끔 합니다. 더불어 관람객들이 오래되고 친숙한 그것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비춰보고 다양한 얘기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길화 사진가의 초대전 '문·담·벽'은 보나갤러리(대구 중구 동덕로8길 47)에서 오는 9일까지 열린다.
한편 이 사진가는 2022년부터 최근까지 크로마틱 어워드(Chromatic Awards), 도쿄 국제 사진 어워드(Tokyo International Foto Awards), 모노비전 사진 어워드(Monovisions Photography Awards), 리포커스 컬러 사진 어워드(reFocus Color Photography Awards) 등 다수의 국제 사진 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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