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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25% 부과, 수출 말라는 소리"…시름 깊은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전쟁' 현실화
대구 대(對) 멕시코 수출액 30%가 자동차부품… 수출 비상등
"한국 역시 관세 전쟁 영향권… 첩첩산중 우려"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매일신문DB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매일신문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약이 현실화함에 따라 대구 지역 자동차 부품 관련 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 시각) 행정명령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엔 기존 관세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시각으로 4일 오후 2시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미국 대선 때부터 끊임없이 예언돼 온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게 됐다.

특히 자동차 업계가 입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구 지역 주 산업군 중 하나인 자동차 부품 업계의 한숨 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제공
대구상공회의소 제공

3일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4년 1~12월 누계 기준으로 멕시코와 캐나다는 대구의 수출국 4위·8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대(對) 멕시코 자동차부품 수출금액은 1억185만3천달러로, 총 수출금액(3억7천508만6천달러)의 27.2%를 차지하고 있다. 비중으로 따지면 인쇄회로와 공동 1위다.

같은 기간 대 캐나다 자동차부품 수출금액(2천582만5천달러)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8%로, 자동차부품은 네 번째로 비중이 높은 품목이었다.

대구 달성군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전체 수출액 중 멕시코와 캐나다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20%, 5%에 달해 우려가 크다"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몇 년 전 멕시코에 공동 진출하자고 제안받은 것을 거절하고 진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체결됐던 당시 미국 공급을 위해 멕시코 몬테레이 등지로 진출한 업체들만 상당히 난감해진 상황"이라며 "뿐만 아니라 미국 완성차 회사들도 사실상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부품을 많이 사오는데 이들 역시 곤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에서 40년간 자동차 부품 소재 업체를 운영해 온 B 대표는 "관세를 25% 매긴다는 건 수출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이는 원가 절감을 통해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일개 기업체에서 어떻게 해결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의 협상력이 관건일 듯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국내외로 판매하는 전체 물량 중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최종 미국으로 들어가는 물량이 20% 정도 차지하는데, 관세 추이를 지켜보느라 현재 발주 물량을 홀딩해 놓은 상태"라며 "이러한 상태가 장기화하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앞으로가 심히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뚜렷한 대비책은 없는데 향후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은 커서 업계 미래는 더욱 암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재원 대구정책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멕시코와 캐나다는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 상위 10개국 리스트에서 각각 2·3위를 차지하는 나라"라며 "8위인 한국 역시 '관세 폭탄'의 타깃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대구는 중국 수출 비율도 높은 편인데, 향후 중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추가 규제가 이뤄질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가 겹쳐 더욱 고달픈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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