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이나 산업 침공] 中 LFP 배터리는 뛰는데…'韓 삼총사' 점유율 2.7%P 뒷걸음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中 저가 공세 글로벌 경쟁 심화…가격 경쟁·기술 혁신 동시 압박
CATL·BYD…내수 고속 성장
국내 기업도 ESS 수요 발맞춰 차세대 제품 기술 확보에 총력
증설비용 감축 투자 효율 병행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중국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뛰어난 품질을 앞세운 한국 배터리 업계의 점유율이 점차 축소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선제적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핵심 배터리 산업의 패권을 둘러싼 한중 양국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제외 배터리 시장 점유율 순위. SNE리서치 제공
중국 제외 배터리 시장 점유율 순위. SNE리서치 제공

◆ 우상향 성장…점유율은 소폭 하락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점유율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최대 전기차 시장이지만 자국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실질적 동향 파악을 위해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다.

3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11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325.6GWh(기가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증가했다.

이 기간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 사용량 역시 상승했으나 합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7%포인트(p) 하락한 45.6%에 그쳤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중국 내수 시장 밖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을 보였다.

글로벌 1위에 오른 CATL은 7.0% 성장한 84.9GWh를 기록하며 점유율 26.1%를 차지했다. CATL은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를 브라질, 태국, 이스라엘, 호주 등 수출로 해소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또 BYD(비야디)는 배터리 사용량이 무려 131.3% 성장하며 6위에 올랐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장했고 원자재 공급망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저가형 전기차 생산이 확대되면서 중국 업계가 선점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한 경쟁 심화로 중국 외 기업들은 높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가별 정책 변화와 수요 변동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했다.

삼성SDI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등 혁신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삼성SDI CES 2025 전시장 전경. 연합뉴스
삼성SDI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등 혁신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삼성SDI CES 2025 전시장 전경. 연합뉴스

◆돌파구 마련에 분주한 K배터리

지난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방 산업에 해당하는 전기차 시장의 둔화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동안 높은 성장 폭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보릿고개'가 장기화되면서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정책 불확실성이 겹친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각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적극 나서는 한편 운영 효율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차세대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LFP 배터리 미국 현지 생산을 당초 계획이었던 2026년에서 2025년 상반기로 앞당길 계획이다. 또 ESS 캐파(생산능력)를 미국 애리조나에 신규 증설 대신 기존 공정을 활용해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회사는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1분기를 지나면 재고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사 전기차(EV) 판매 실적이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일 경우 오는 2분기부터 물량 점진적 증가해 하반기 본격 수요 회복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SDI 역시 전기차 LFP 배터리 양산을 주요 고객과 협의하고 있으며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증대되는 ESS 수요에 맞춰 지난해 말 대비 20%의 캐파 증량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신규 라인 증설 비용을 감축하고 시기를 조절하는 등 투자 효율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미래 성장 투자의 경우 목표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SK온은 이달 초 그룹 내 계열사간 합병을 완료했다. 이번 합병을 계기 원소재 조달 역량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배터리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기술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은 이날 회사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통해 "위기일 때 진정한 실력이 드러난다"며 "미래 슈퍼사이클 도래 시 결국 실력을 갖춘 기업이 이를 지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되 제품 및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추는 활동을 정말 우직하고 묵묵히 실행해 나갈 시점"이라며 "이런 자세로 준비하면 다가올 슈퍼사이클의 지배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세경 경북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이전에 중국 배터리, 전기차 산업은 한국과 비교우위를 따지기 힘들었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무시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자극을 받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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