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조향래] 짜장면 시비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짜장면(炸醬麵)은 1883년 인천항 개항과 함께 산동성(山東省)에서 건너온 중국인 하역 노동자들의 간편식이 원조다. 1900년대 초반 인천 화교촌에서 점차 토착화된 짜장면이 조선인들에게도 인기를 얻자 공식 메뉴로 출현한 것이다. '짜장면'이란 이름을 내걸고 처음 판매를 시작한 곳은 공화춘(共和春)이다. '공화춘'은 식당 이름으로는 좀 생뚱맞게 '공화국의 봄'이라는 뜻이다. 설립 당시 객잔(客棧·중국식 여관)이었던 '산동회관'(山東會館)을 신해혁명(辛亥革命)을 기념해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짜장면은 1960, 70년대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이용한 음식 배달과 철가방 문화를 견인한 주인공이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짜장면 시키신 분~'이란 광고 카피가 유행했을 만큼 하루 600만 그릇이 소비되는 국민 음식이 됐다.

2023년 6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와 만찬 회동에서 '굴욕 외교' 논란을 일으켰을 때도 짜장면이 등장했다. 한 교수 단체가 "중국 대사의 오만방자한 교시(敎示)를 듣고도 짜장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던가"라고 비난한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짜장면에서 짜장을 빼면 짜장면이 되나"라면서 내란죄를 뺀 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무효론을 역설하기도 했다.

설을 전후해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또 짜장면 시비가 불거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발(發) 짜장면 논쟁이다. '짜장면을 시켰는데 단무지만 나오면 당신 같으면 먹겠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정치권의 코미디와 탄핵 정국의 난맥상에 대한 은유적 비판이다.

짜장면은 한국인의 입맛과 대중의 기호에 따라 진화를 거듭해 왔다. 간짜장, 유니짜장, 삼선짜장, 쟁반짜장, 짜장밥에서 짬짜면까지 나왔다. 짜장면의 라이벌인 짬뽕도 마찬가지다. 오랜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재료와 식성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쌍팔년도의 짜장면과 짬뽕만을 고집하며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이른바 보수와 진보로 양극화된 증오의 카르텔 정치이다. 단무지만 내놓고 짜장면이라고 우기는데도 '옳다' '아니다' 편을 갈라 죽일 듯이 싸우고 있는 손님들이 딱하다.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joen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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