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개발·재건축 현장마다 조합-종교시설 갈등…방지대책 없나

동구 신암1재정비촉진구역 종교시설, 진출입로 두고 조합측과 갈등
일부 지자체, 종교시설 보상에 관한 지침 마련 움직임 보여
"합의 과정에 대한 원칙적인 지침 필요"

대구 동구 신암1재정비촉진구역에서 조합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교회 모습. 교회 측은 진출입로 확보 문제로 조합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유진 기자
대구 동구 신암1재정비촉진구역에서 조합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교회 모습. 교회 측은 진출입로 확보 문제로 조합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유진 기자

대구 시내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종교시설과 조합 간 분쟁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종교시설의 경우 이해 당사자가 워낙 많은 데다 주택과 상가에 비해 이전 부담이 큰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방문한 대구 동구 신암1재정비촉진구역. 2010년 5월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7만9천900㎡ 일대에 1천542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조성이 예정된 곳이다.

당초 지난해 6월 공사를 시작했어야 할 이 곳은 아직까지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사업 주체인 신암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보상과 진출입로 문제로 지역 교회와 법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어서다.

해당 교회 측은 사업지 내 교회 건물 존치를 결정하면서 조합 측에 기존에 통행을 해왔던 도로가 존치될 수 있도록 사업 시행 전 보행공간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했다. 동구청 역시 교회의 도로 접근권 보장을 위해 사업시행인가처분의 인가조건에 보행공간 확보를 포함했다.

이에 조합은 교회 정문 쪽에 폭 4m 가량의 도로를 마련키로 했지만 교회 측은 기존 진출입로 대부분이 막혀버렸고 새 도로의 경사도가 높다며 반발했다. 교회 측은 오는 5일과 12일 동구청 앞에서 조합 측과의 중재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곳 뿐 아니라 조합과 종교시설 갈등은 대구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2018년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효목 1동 제6구역 재건축 단지 소재 아양교회, 효목중앙교회가 종교시설 보전을 요구하는 합동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유독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조합과 종교시설 간 갈등이 잦은 이유로 종교시설이 일반 주택과 상가에 비해 이해 당사자가 많은 점을 꼽고 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종교시설 특성상 위치를 옮길 경우 교인 감소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종교시설 측은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비용 절감이 목표인 조합과의 입장차를 좁히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차원에서 종교시설 보상에 관한 지침을 별도로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2009년 '뉴타운지구 종교시설 처리방안'을 통해 종교시설 처리방안을 마련했다. 해당 방안에는 종교시설이 이전해야 할 경우 조합 측이 종교시설 건물 연면적에 상당하는 건축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기준 등이 담겼다. 대전 서구의회는 지난해 6월 도시재정비사업 시 종교시설 처리 지침을 마련할 것을 골자로 하는 '도시재정비사업 관련 종교시설 처리방안 마련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지자체가 보상 금액 등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합의 과정에 대한 원칙적인 지침은 필요하다"며 "조합과 종교시설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지자체 마다 선언적 의미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현재 구청이 직접적으로 상황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조합과 교회 입장을 중재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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