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삼성 부당 합병·회계 분식 2심 무죄, 기업 족쇄 채우는 일은 이제 없어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등 19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항소심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장충기 전 차장 등 피고인 13명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고, 늦은 감도 있지만 사법 리스크 꼬리표를 떼 내고 기업 본연의 길을 다시 갈 수 있게 된 건 다행스럽다.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부당 합병했다는 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합병이 미래전략실의 일방적 지시라기보다 실질적 검토를 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합병에 절차적 하자(瑕疵)가 없다는 지적은 일찌감치 나왔다. 자본시장법이 정한 합병 비율을 준수했고 주주총회에서도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은 바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도 공소 사실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 일부 피고인들의 문서 조작 등은 부적절했지만 경제적 실질에는 변함이 없고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것으로 봤다.

기업 활동은 총성 없는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1년 만에 업계의 흐름이 바뀔 수 있을 만큼 시간은 곧 기회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자본시장 근간을 훼손했다며 2020년 9월 기소를 강행했던 터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 등에 따른 적극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절실함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다. 대내외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우려스럽다. 그러나 유연한 발상과 진취적인 도전을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갈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직된 제도로 기업 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일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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