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EBS 이사장' 유시민 누나 "배임 기소된 적 없어"…거짓 해명 들통

201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유세단에 참여했던 유시춘 EBS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201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유세단에 참여했던 유시춘 EBS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지난해 10월15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검찰이 EBS 법인카드로 2천만원에 육박하는 금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유 이사장을 기소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이틀 뒤 열린 EBS 이사회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는 무혐의 처분 받았다"며 "가짜뉴스 언론에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매일신문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EBS 회의록에 따르면 기소 이틀 뒤인 지난해 10월17일 경기 고양시 EBS 사옥에서 열린 제361회 이사회에서 유 이사장은 "어제 검찰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는 최종 무혐의 종결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일부 언론에서 제가 '업무상 배임 혐의 2천만원 기소됐다'고 보도하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시춘 EBS 이사장의 죄명이 담긴 페이지. 법원 홈페이지
유시춘 EBS 이사장의 죄명이 담긴 페이지. 법원 홈페이지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법원에 따르면 유 이사장의 죄명은 정확히 '업무상 배임'이었다. 유 이사장이 부인하던 날 공소장은 유 이사장 쪽에 송달 완료된 상태였다.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업무상 배임으로 혐의 없음 처분 받은 게 맞냐'는 질문을 받자 '검찰로부터 카카오톡으로 구공판 처분 메시지와 무혐의 처분 메시지 등 총 2개를 받았다. 메시지를 받았을 때 구공판 의미를 몰라서 이사회 때 업무상 배임 무혐의 처분만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구공판(求公判)은 '검찰이 법원에 공판을 구한다'는 뜻으로 쉽게 말해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는 말이다. 결국 유 이사장은 검찰로부터 '일부 기소'와 '일부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구공판의 뜻을 몰랐단 이유로 무혐의 사실만 이사회에 알렸던 것이다.

◆이사진 사퇴 요구에 모르쇠... 아들 마약 밀수 때도 그랬다

이날 이사회에선 사퇴 요구가 나왔다. 이준용 이사는 "공공기관 임직원은 검찰에 기소되면 직에서 물러나는 게 상식이다. EBS 이사들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기소 부분에 대해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고 그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유 이사장을 향한 사퇴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8월 이사회에서 강규형 이사는 "(EBS 이사장으로) 임명되고 나서 유 이사장은 '아들이 무죄 받은 뒤 이사장이 됐다'는 발언을 했다. 거짓이다. (당시 유 이사장 아들은) 2018년 7월 이미 2심에서 유죄 징역 3년을 받고 구속 상태였다"며 "3심 확정 뒤인 2019년 3월 유 이사장은 '아들 마약 밀수 안 했다. 내가 범인 잡겠다'고 공언했다. 지금 4년 반이 흘렀는데, 유 이사장이 '범인 데려왔다'고 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해명하시고 거취를 표명하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이에 "난 대답할 의무가 없다"며 "사형 판결 받은 사람이 40년~50년 뒤 무죄 판결 받는 걸 봤을 거다. 사법부는 전지전능하신 신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 이사장은 자신의 아들 유명 독립영화 감독 신이수(44)씨가 2017년 대마초 밀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드러나자 2019년 3월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아들이 무죄를 받고서 이사장이 됐다"고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신씨는 2018년 4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7월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아 구속되고 10월 대법원에서 최종 3년형을 확정 받았다. 유 이사장이 EBS 이사장이 된 건 아들이 구속되고 2개월쯤 지난 뒤인 2018년 9월이었다. 신 씨는 지난 2014년에도 마약 밀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신씨 모발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신씨가 마약을 들여왔다고 특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배임 기소 보도는 가짜뉴스... 언론 법적조치 취하겠다"

10월17일 이사회에서 유 이사장은 자신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는 보도에 대해 "업무상 배임으로 기소됐다는 가짜 뉴스가 있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며 "오늘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달 21일 열린 제364차 이사회 때까지도 언론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지난달에 업무상 배임 기소 보도가 가짜뉴스라며 법적 조치 취한다고 했다. 법적 조치 취했냐'는 질문을 받자 "법적 조치를 그렇게 빨리 취하나? 법적 조치를 그렇게 하루이틀만에 하나"라고 답했다.

매일신문은 유 이사장에게 거취와 언론 법적 조치 여부 등을 물으려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2018년 10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5년여간 법인카드로 총 235차례에 걸쳐 1천961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멀게는 제주와 경북, 전북, 강원, 충남에 위치한 맛집에서, 가깝게는 집앞 와인 소매점과 마트, 꽃집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한편 EBS는 이와 같은 유 이사장의 문제 발언이 담긴 지난해 11월 제361회 회의록을 아직까지도 공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362회와 제363회 회의록은 공개돼 있다. EBS는 '이사회 회의 공개 등에 관한 시행 규칙'에 따라 차수별 속기록을 공사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