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부터 시작된 예술의 여정이 마침내 불로써 마무리된다.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의 공식 병행전으로 열린 이배 작가의 개인전 'La Maison de la Lune Brûlée(달집태우기)'의 피날레가 오는 12일 경북 청도의 청도천에서 열린다.
지난해 4~11월 베니스 빌모트 파운데이션에서 진행된 그의 개인전은 앞선 2월, 작가의 고향인 청도의 전통문화 '달집태우기' 의식으로 시작됐다. 작가는 비엔날레 전시 개막 전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소원을 모아 전통 한지 조각에 옮겨 적고, 달집에 묶어 함께 태웠다. 이 과정이 담긴 영상은 비디오 설치작 '버닝(Burning)'으로 제작돼 전시장 입구에 상영됐다.
작가는 영상과 함께 절단된 숯을 사용한 대형 평면작 '불로부터(Issu du Feu)', 짐바브웨의 검은 화강암을 높이 4.6m로 깎아 세워 한국 전통 서예문화의 먹을 구현한 '먹(Inkstick)' 등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파브리아노(Fabriano)의 친환경 제지를 전통 배첩 기법으로 전시 공간의 바닥과 벽에 도배하고, 그 위에 청도의 달집이 남긴 숯을 도료 삼아 '붓질(Brushstroke)'을 그렸다. 베니스 운하로 이어지는 전시장 출구에는 고향 땅 청도를 환하게 비추는 대보름의 빛을 담은 노란 유리 패널 작품 달(Moon)이 설치됐다.
비엔날레 전시 폐막 후, 작가는 전시장에 설치됐던 '붓질(Brushstroke)'과 도배에 사용된 종이를 떼어 한국으로 보냈다.
오는 12일, 그는 지난해 달집태우기를 했던 청도천의 작은 섬 전체를 베니스 전시에서 선보인 '붓질'과 동일한 형태로 덮은 뒤, 그 아래에 나뭇가지와 새해 소원들, 도배지를 넣어 함께 태울 예정이다.
때문에 이번 달집태우기는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대신 수평으로 확장된다.
조현화랑 관계자는 "전통적인 대보름 달집태우기 풍습에서 농부가 봄을 맞이하는 강인한 마음으로 달집을 땅에서 올려다봤다면, 그의 피날레 달집태우기는 이제 청도와 베니스, 서양과 동양을 잇는 순환고리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라며 "베니스에서 상징처럼 부유하던 붓질은 다시 그 본질인 청도로 돌아와 불길 속에서 정화와 재생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한솔문화재단 뮤지엄 산과 빌모트 파운데이션이 공동 주관하고 조현화랑이 협력 및 후원, 경북 청도군과 주이탈리아 대한민국대사관,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주한 이탈리아대사관, 주한 이탈리아문화원, 페로팅 갤러리, 에스더 쉬퍼, 파브리아노가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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