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 총구가 유럽연합(EU)을 겨냥하고 있다. EU는 미국에 대항해 무역 다각화를 꾀하는 등 독자 생존을 위한 움직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EU에 대해 "(미국이) 3천500억달러 (무역)적자다. 그래서 분명히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 부과 시점을 묻는 질문에 "시간표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매우 곧(pretty soon)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일에도 자동차와 농산물의 무역적자를 불평하며 "EU가 미국을 학대해왔다"고도 했다.
◆미국과 EU 관세 비슷
미국은 EU의 최대 수출국이다. EU 전체 수출의 거의 20%를 차지한다. 2023년 기준으로 EU는 미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1천600억달러(약 233조원) 흑자를, 서비스 교역에서 1억1천만달러(약 1천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EU의 무역 관행을 "학대"라고 규정하지만, 사실 미국과 EU가 상대에 부과한 관세는 매우 비슷하다고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킴벌리 클라우싱은 "미국과 EU 간 보호무역주의 패턴은 매우 균등하며 미국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이 주장은 정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EU가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평균 3.5%이고 미국이 유럽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도 똑같이 3.5%다.
다만 자동차와 같은 일부 품목에선 불균형이 더 크다. EU의 관세율은 10%, 미국은 2.5%다. 식품과 음료도 EU 관세율이 평균 3.5%로, 미국 관세율보다 높다.
◆EU, 무역 다각화 나서
EU는 미국의 관세 전쟁에 대비해 최근 2달간 3건의 무역협정에 합의했다. 무역 다각화를 통해 살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다.
EU는 지난해 12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과 25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마무리했다. 협정이 비준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단일 시장이 만들어지게 된다. 참여국 간에는 관세를 90% 내릴 방침이다.
EU는 2주 뒤 스위스와 무역 관계 강화를 위한 협정을 맺었고, 지난달 17일에는 멕시코와의 무역협정을 25년 만에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13년간 미뤄왔던 말레이시아와의 FTA 협상도 재개했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했고, '브렉시트'로 결별했던 EU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 중이다.
◆단호한 유럽 정상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에 유럽 정상들 사이에선 단호한 어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무역 측면에서 공격당한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 일어서 대응해야 한다"며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유럽에 경종을 울린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EU는 더 단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EU는 강력하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것이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 우리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불공정하고 독단적으로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경우에 EU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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