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앞세운 압박전술이 세계 무역질서를 흔들고 있다. 막판 극적 합의로 미국의 멕시코·캐나다 대상 관세 부과가 유예돼 세계 무역 질서에 주는 충격이 당초 걱정했던 것보다는 다소 완화됐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여전히 불안 요소가 더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술 통했나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쏘아올린 지 이틀 만인 3일(현지시간) 이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관세를 무기로 외교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또다시 위력을 발휘하면서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트럼프식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 국제 정치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는 평가다.
이 전략은 자신을 마치 미치광이인 것처럼 보이도록 해 상대방에게 공포를 유발하면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을 뜻한다. '나는 예측불가하며, 비이성적이고, 앞뒤 계산없이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상대에게 심어 원하는 뜻을 관철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당시 2018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재협상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를 향해 '재협상이 아니라면 FTA를 종료하길 원한다'며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미국에 유리한 조건들을 다수 관철시켰다.
관세 부과 결정이 애초부터 집행 의지가 아닌 '극한의 압박' 의미가 더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역을 포함한 경제로 시선을 끌고 실제 국경안보와 마약 단속 목표를 위해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무역분쟁 심화 한국에도 유탄
향후 무역 전쟁이 격화될 경우 세계 교역 위축에 따라 한국의 수출이 크게 줄어드는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미중 상호 관세 부과로 인한 교역 위축이 현실화하면 반도체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미중 관세전쟁의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1천330억달러(약 195조원) 중 85.86%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을 포함한 중간재다. 또 한국은행은 작년 8월 펴낸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60% 대중 관세를, 여타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한다는 선거 공약이 실현된다면 한국의 대중 수출과 수출 연계 생산이 각각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대구지역 경제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대구상공회의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구상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 등 추가 관세 부과를 일시 유예했지만 언제든 무역전쟁이 재개될 불씨를 안고 있다"며 "관세가 부과되면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시설을 두고 미국에 우회 수출을 하는 기업이 우선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는 지속적인 통상협상과 함께 기업 경쟁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제도·금융적 지원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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