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식 중동 평화 해법? 가자지구 '강제이주+소유권' 주장

'두 국가 해법'과 다른 접근, 강제이주는 '인종청소' 논란
하마스 "추방하겠다는 것" 반발, 주변 아랍국도 반대
팔레스타인 주민들 제3국 이주를 반길 지도 의문

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식 중동 분쟁 해결에 가자지구를 통치했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주변 아랍국들이 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220만 팔레스타인인을 주변 아랍국에 영구적으로 재정착시킨 후에 미국이 가자지구의 소유권을 갖겠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주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주민 강제 이주에 반대해온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완전히 다른 접근으로 해석된다.

◆인종청소·제국주의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보좌진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요르단과 이집트 등 중동내 제3국에 재정착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고 총에 맞지 않는 좋은 집에 영구적으로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이터와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인이 떠난 가자지구의 소유권을 미국이 넘겨받아 개발을 진행하길 원한다면서 "'같은 사람들'이 이 땅을 재건하고 차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이런 종류의 행위를 과거 독일 나치 정권이 유대인들에게 저지른 만행과 동급으로 보고 인류 최악의 범죄 '제노사이드'(Genocide)까지 규정하고 있다. 일단 제3국 이주를 강행하고 가자지구에 미군을 주둔시킨 채 이권을 챙긴다면, 당장 국제법상 '인도에 반한 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전쟁범죄 혐의 때문에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미국을 '제국주의적 패권국'으로 보는 중동 내 반미 진영과 일부 글로벌 사우스에서는 이번 사태로 반미감정이 확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변 아랍국 강력 반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동의 다른 나라 정상들과 대화했고, 그들도 이 구상을 매우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장 이슬람권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주민의 강제이주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수립을 전제로 하지 않는 어떠한 미국의 중동 정책도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가자 주민이 이주할 국가로 거론된 요르단은 과거 중동전쟁 여파로 자국에 유입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왕가 축출과 국왕 암살 등을 시도해 내전을 치른 경험까지 있다.

이집트 역시 대규모 난민을 받기 힘든 실정이다. 무슬림 형제단을 밀어내고 정권을 잡은 압델 파타 엘시시 현 이집트 대통령 입장에선 무슬림 형제단과 뿌리를 공유하는 하마스가 난민들에 섞여 유입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이집트·요르단·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아랍권 5개국은 1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주민 이주 구상에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당사자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조차 제3국으로의 이주를 반길 지도 의문이다. 하마스 정치국의 사미 아부 주흐리 위원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제3국 이주 구상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추방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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