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조두진] 접힌 자국 없는 투표지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일타강사 전한길 씨가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 '토론하자'는 정치권의 제안에 대해 "토론은 특정 주제를 갖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즉 가치 논쟁이다. 하지만 부정선거 의혹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냐, 가짜냐의 문제다. 자료를 검증하면 바로 밝혀지는 문제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들어야 할 말이다.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선관위는 여러 차례 해명한 바 있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형상기억종이'였다. 접힌 자국이 전혀 없는, 은행에서 막 나온 신권 다발처럼 빳빳한 투표지 다발이 개표 과정에서 대거 발견되자 내놓은 해명(解明)이었다.

"투표용지는 종이가 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접힌 후 원 상태로 회복하는 기능이 적용된 특수 재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접힌 자국이 없는 투표지가 돈다발처럼 묶여 다량 발견된 것이 선거 결과 조작의 증거는 될 수 없습니다."

필자는 '형상기억종이'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만에 하나 선관위 설명대로 원 상태로 회복하는 기능이 있는 종이를 사용했다면, 접힌 자국이 남아 있는 다른 투표지가 '가짜'라는 말이 된다. 대체 어느 쪽이 진짜 투표지라는 말인가?

형상기억종이 논란이 커지자 후보가 많지 않아 투표지가 짧았고, 유권자가 접을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투표지 다발은 접힌 자국 때문에 다발이 전체적으로 부풀어 올라 있는데, 어떤 다발은 신권 다발처럼 빳빳하다는 점이다.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를 의심하고 있다. 이 의심과 혼란을 해소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선관위 투개표 전반의 자료를 공개 검증하면 된다. 하지만 선관위는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등 권한 있는 기관이 적법 절차에 따라 요청하면 공개하겠다'고 둘러댄다. 마치 짜고 치기라도 하듯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 측이 신청한 중앙선관위 서버 감정 신청도 기각하고, 21대 총선 당시 인천 연수을 선거구 투표자 수 검증 신청도 기각했다. 선관위는 헌재와 법원에 떠넘기고, 헌재는 탄핵 심판 관련성이 부족하다며 뭉개는 것이다.

긴 말 필요 없다. 제3자가 선관위 서버 전체를 포렌식으로 검증하고, 선거인명부상 사전투표자 숫자와 개표된 투표지 숫자 등을 대조하고, 결과를 공개하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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