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는 90∼100기라고 한다. 5년 후에는 최대 200∼300기까지 증가할 수 있다. 2022년부터 핵무기를 휴전선 근처 전방에 배치하고 있다. 우리의 베갯머리에는 서슬 퍼런 핵무기가 놓여 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해 왔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미국이 우리를 지켜줄 것으로 믿고 있다.
북한 핵무기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다. 핵무기의 존재를 인지하고도 심각성을 놓치고 있다. 소설에서 벌거벗은 임금님의 실체를 폭로한 이는 꼬마였다. "임금님은 아무것도 안 입으셨네요." 비난이 두려워 입을 닫았던 신하들도 그제야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현실에서 꼬마 역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맡았다.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했다. 가볍게 한 말이 아니었다. 앞서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언급했고, 루비오 국무장관은 한반도 비핵화 정책이 실패했음을 고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 연장선상이다.
미국이 북한에 경제 지원 및 제재 해제, 체제 보장을 하면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은 순진하다. 2019년 트럼프-김정은 하노이 회담 당시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북한의 핵 능력이 더 고도화된 지금 비핵화는 아예 불가능해졌다고 보는 게 현실적인 진단이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순간 전혀 다른 차원의 논의가 벌어진다. 북한은 핵무기를 통해 자주국방을 완성하게 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국들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잠수함 등 기술까지 완성하면 미국조차 북한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미국이 본토가 공격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을 지켜줄 수 있을까? 뉴욕을 겨냥해 북한 핵탄두가 날아오는 상황에서 서울을 보호해 줄 수 있느냐는 얘기다.
한국 안보는 심각한 구멍이 뚫리게 된다. 재래식 무기에서 한국이 아무리 북한을 압도하더라도 핵 위협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2024년 기준 재래식 무기 군사력은 한국은 세계 5위, 북한은 36위다. 하지만 핵무기까지 합치면 상황은 역전된다. 북한의 군사력에 한국은 비할 바가 못 된다.
북한에 대항해 핵 균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할 수밖에 없다. 죽고 사는 문제여서다. 트럼프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 이후 실시한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핵무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북한 핵 대응 방안은 여러 가지다.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독자 핵무장 등이다. 이 중에서 미국과 협상을 통해 현실적인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에 앞서 유사시 언제든 핵무기를 제조할 기반을 갖춰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자체 핵무장이 불가능한 한국이 NPT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게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다. 이 협정이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고 있다. 개정을 통해 우리도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협정 개정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핵무기 대피 훈련도 진지하게 진행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북한 핵 공격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앞으로는 일부가 아닌 학생까지 포함해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대피 훈련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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