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어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 금칙어 설정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 쪽 진영을 폄하하는 단어는 삭제 조치되고 다른 한 쪽을 깎아내리는 단어는 방치된 사례가 확인돼 고객들이 울분을 토해서다.
취재 결과 배달의민족은 진영 상관 없이 문제 단어를 발견할 때마다 '쪽집게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고객이 문제 단어를 조금 변형해 금칙어를 비틀 경우 배달의민족과 고객은 서로 잡고 도망가는 '닉네임 쟁탈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5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고객 A 씨는 앱에서 '찢재명'이라는 닉네임을 이용하다 최근 배달의민족으로부터 수정 요청을 받았다. A 씨가 기한 내 수정을 하지 않자 배달의민족은 A 씨 닉네임을 임의로 변경했다.
이에 A 씨는 자신의 닉네임을 '쥐박이'와 '닭근혜'로 바꿔 봤다. 닉네임 등록이 가능했다. A 씨는 고객센터에 연락해 "배달의민족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지 않는 것이냐"고 따졌다. 찢재명은 이 대표가 형수에게 했던 막말을 빗댄 표현이고 쥐박이와 닭근혜는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배달의민족 측은 "죄송하지만 민주당과는 무관한 점 참고 부탁 드립니다"라고 답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내란수괴윤석열'이란 닉네임의 배달의민족 계정도 인터넷에 올라왔다. 배달의민족이 민주당 쪽 인사를 폄훼하는 닉네임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지만 국민의힘 쪽 폄훼 닉네임은 놔둔다는 취지였다.
이는 사실과 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멸칭인 '문재앙'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노무쿤'도 등록이 가능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닉네임을 설정할 때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은 사후검수를 통해 수정 조치하고 금칙어로 지정하고 있다"며 "특정 키워드만 봐주는 것은 아니다. 쥐박이, 닭근혜, 내란수괴윤석열 모두 금칙어 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고객과 배달의민족 사이에서 쫓고 쫓기는 닉네임 쟁탈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내란수괴윤석열은 금칙어 조치됐지만 '내롼수궤윤셕열'은 등록이 가능했다. 쥐박이 대신 'G박이'는 가능했고 닭근혜 대신 닭그네도 등록이 됐다.
이에 한 IT 전문가는 "게임에서 보통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회사 측이 압박 수위를 높이면 고객들은 이를 '기 싸움'으로 받아들여 더욱 기발한 방식으로 제재를 벗어난다"며 "가장 좋은 건 그냥 자유롭게 풀어주는 게 아닐까 한다. 고객을 이긴 회사는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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