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시대 태자가 살던 공간인 '동궁'(東宮)의 실제 자리가 확인됐다. 당대 토목 기술이 집약된 흔적으로, 향후 유적 정비와 보존 관리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유산청은 6일 "신라 태자의 공간으로 알려진 동궁이 그동안 알려졌던 것처럼 월지(月池, 옛 명칭은 안압지)의 서편에 있는 대형 건물터가 아니라 월지 동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서울 코엑스 스튜디오159에서 신라 왕경 핵심 유적 발굴 조사 10년간의 성과를 공개하는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언론공개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동궁은 그동안 월지의 서편이자 신라 왕궁인 월성의 동쪽에 있던 것으로 여겨져 왔다.
'삼국사기'엔 "679년 8월 동궁(東宮)을 짓고 처음으로 궁궐 안팎 여러 문의 이름을 정하였다"는 기록이 등장하는데, 1975년부터 약 2년간 월지 일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679년을 의미하는 '의봉4년'(儀鳳四年)을 새긴 기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동궁을 연결할 만한 여러 유물도 나왔고, 신라 왕성이었던 경주 월성(月城)의 동쪽에 있다는 점도 이런 가설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발굴 조사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월지의 동쪽이 신라 태자가 정무를 보거나 기거했던 장소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 조사 결과 월지 동편에서 기존 동궁 터에서 발견한 것보다 한 단계 낮은 위계의 건물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국가유산청은 "새로 발견된 건물터를 동궁으로 보고, 기존 동궁으로 추정했던 곳은 왕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동궁 터에서는 복도식 건물에 둘러싸인 건물터와 그 앞에 넓게 펼쳐진 마당시설, 내부에 별도로 조성된 원지(정원 안의 연못)가 함께 발견됐다.
이번에 월지 동편이 동궁 터로 확인되면서, 지난 2017년과 2022년 이곳에서 각각 발견된 상아 주사위와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이 동궁의 생활공간에서 출토된, 태자가 사용했을 수 있는 물건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유산청은 "두 유물이 출토된 곳은 (월지 동편에 자리한) '진짜 동궁'의 북쪽"이라며 "동궁 북쪽에는 태자와 이를 보좌하기 위한 궁인들이 생활한 공간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동궁의 진짜 위치를 찾아내면서 향후 유적 정비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일대는 과거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드는 연못이라는 의미의 '안압지'(雁鴨池)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졌다가, 2011년 '경주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변경됐다.
현재까지 부속 건물인 누각 3채가 복원된 가운데, 경주시는 2018년 일부 건물을 복원하려 했으나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추가 연구·고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무산됐다.
발굴 조사 자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그간의 조사 성과를 토대로 "'왕궁과 월지', '동궁' 등으로 문화유산 정보가 수정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또 태자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동쪽은 건물 흔적이 명료해 향후 복원·재현이 유력한 공간으로 꼽힌다.
최응천 청장은 "역사의 숨어있던 1㎝를 찾아내 살아있는 역사로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국가유산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살아있는 신라의 이야기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월지 동편 Ⅱ-나지구 대형건물지 전경.국가유산청 제공](https://www.imaeil.com/photos/2025/02/06/2025020611410349828_l.jpg)
![수정 목걸이가 담긴 나무상자. 국가유산청 제공](https://www.imaeil.com/photos/2025/02/06/2025020611424700120_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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