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으로 시작된 의정(醫政) 갈등이 1년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내 의료복· 의료기기·의료소모품 생산 업체 등 관련 업계의 고심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의사들이 입는 가운 등 의료복을 생산하는 지역 업체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 상당수는 중소업체이기 때문에 속절없이 길어지는 의정 갈등에 타격을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대구 서구에 있는 한 직물업체 A 사장은 "지역을 비롯한 전국에 있는 대학병원을 상대로 의사 가운, 간호사복, 환자복 등을 생산하는 업체인데, 전공의 파업이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의사 가운 부문에서 매출이 의·정갈등 이전보다 10분의 1은 감소한 것 같다"며 "환자복이나 환자용 이불 등 매출도 상당히 타격을 받았다"며 했다.
이어 "계약서 상에 수량이 조절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기존 계약 수량에서 최종 납품이 이뤄지지 않은 수량 만큼의 금액을 보전 받을 수 없다"며 "현재는 군복, 군인용 속옷 생산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에서 20년 넘게 운영돼온 유니폼 업체의 B부장은 "우리는 거래 대상이 중소병원이 80%고, 나머지가 대학병원인데, 1년 전부턴 더더욱 중소병원 위주로 생산을 하고 있다"며 "의정갈등 정국이 길어지다 보니 투자를 할 때도 리스크를 안고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업 운영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라고 했다.
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행하는 수술에 들어가는 의료기기 및 의료소모품을 생산하는 지역 내 업체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내시경 관련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지역 업체의 C대표는 "보통 내시경 수술은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에서 많이 행해지는데, 이번 의정갈등으로 수술 자체가 줄어 내시경 절개도(刀) 등 관련 기기나 소모품의 거래액이 지난해 2분기 기준 이전보다 40% 줄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종합병원이나 개인병원 등으로 타깃을 돌려 전체 병원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기를 집중적으로 생산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지역 내 의료기기 제조업체 D이사는 "정형외과 수술할 때 사용하는 드릴, 척추 수술할 때 쓰는 쉐이버 등 품목은 매출에 일부 영향을 받았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해외 수출로 만회를 해왔는데 최근 전쟁, 미·중 갈등, 미국 관세 등 국제 정세가 불투명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처음엔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버텨왔는데, 현재는 외주 비용을 아끼기 위해 그전엔 외주로 해왔던 영업을 생산·제조업체가 직접 뛰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알 수 없어 업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尹 탄핵 반대" 대구 집회 다음은 광주…여당 "언론, 최대 인파 대구 집회 외면해"
무너진 법과 상식, 국가 리더십 실종…국민들 광장으로 쏟아졌다
이재명 "尹 친위군사쿠데타·주4일제·국민소환제·30조원 추경" [전문]
2030 동대구역 모인 이유는…"尹 석방·자유민주주의 수호" (종합)
오세훈 "尹 정부가 옳았다…누가 대한민국 살리는 세력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