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엄재진] 이장과 통장, '풀뿌리 최일선 봉사자여야'

주민투표 통한 이통장 선출, 후보간 비방·금품제공·갈등 제기
안동시, 규칙 개정 통해 읍·면·동별 '심사위원회' 구성해 임명
'2025년 시민과의 공감&소통', 한달 동안 4천여명 시민 만나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이장'과 '통장'은 풀뿌리 민주사회의 최일선 봉사자다. 또 다른 한편으로 시·군 마을(행정동과 법정동)을 책임지고 감독하는 최고 책임자이기도 하다. 최대 봉사자이면서 최대 권력자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들은 마을이나 동네 주민자치와 행정 지원을 책임진다.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중간자로, 어쩌면 풀뿌리 민주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국적으로 9만9천여 명, 안동시는 600여 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역할에 비해 처우나 법적 지위는 아직 신통치 않다. 고정 급여도 없고, 낮은 수당의 현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져 오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통장 선출과 관련해서는 끊임없는 논란과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주민들이 서로 앞다퉈 이·통장을 희망하며 나서기 때문이다.

마을마다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고, 때로는 도가 지나쳐 선거를 둘러싸고 주민 간 반목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다반사다. 마을 공동체 사업과 관련한 이권이 걸려 있는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이는 처우와 상관없이 풀뿌리 민주사회의 근간인 마을과 동네에서 이들이 '봉사자'이기보다 '권력자'로 자리 잡은 게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안동시는 올해부터 주민투표로 선출했던 이·통장을 '읍·면·동 심사위원회'를 통해 임명 제도로 바꿔 시행한다. 한마디로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선출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 "단체장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 비난의 말도 들린다. 일부 읍·면·동에서는 해당 이·통장 심사위원 위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심지어, 벌써부터 이·통장 후보들이 심사위원회 구성을 책임진 읍·면·동장에게 자기 사람을 위원으로 위촉해 달라는 로비(?)에 나선다는 얘기도 들린다.

안동시는 이·통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상대편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금품 제공 의혹 민원이 제기되거나, 총회 과정에서 절차상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지속된 주민 간 갈등의 고리를 끊어 내겠다는 각오로 선출 방식을 변경했다고 한다.

주민 화합, 마을 발전과 같은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정책 발굴을 위해 이‧통장 심사위원회를 통한 임명 제도를 전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한마디로 권기창 안동시장이 취임 때부터 주장해 온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 구현'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위해 작은 목소리도 귀담아듣고, 시민만을 위한 공평하고 투명한 시정을 펼치기 위해 진정한 봉사자를 모시기 위한 결단이라는 것.

권기창 시장에게는 시험대 같은 시도다.

권 시장의 초심은 을사년 새해 '시민과 공감·소통의 날'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한 달여 동안 읍·면·동에서 4천100여 명의 시민과 만나 소통하면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냈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주민들의 참여와 소통·공감에 집중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을 향한 권 시장의 말과 행동에도 자신감과 진정성이 묻어났다.

'동주공제 동심만리'(同舟共濟 同心萬里). 안동시의 올해 신년 휘호다. '한배를 타고 강을 건너 하나 된 마음으로 만 리를 나아간다'는 뜻이다. 시민과 하나 된 마음으로 더 멀리 나아가는 성취를 이루기 위한 권기창 시장의 다짐이 담겼다.

풀뿌리 민주사회의 근간인 마을에서부터 나오는 건강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행정에 스며들어 '시민이 진정 행복한 도시'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공직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이·통장들의 봉사를 위한 초심이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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