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부터 눈 예보 및 영하권 날씨, 보행자 미끄럼 사고 주의, 도로 결빙 우려에 따른 차량 안전 운행, 노약자 한랭 질환 예방 등 안전에 유의 바랍니다."
지난 3일 입춘(立春)을 기점으로 불어닥친 이례적인 한파에 대구경북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형 특성상 좀처럼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대구는 7일 1~5㎝가량의 눈이 쌓이기도 했다. 곳곳이 빙판길이 되면서 특히 노약자들의 미끄럼 사고 주의, 한랭 질환을 유의해야 한다는 안전 문자가 이번 주 내내 휴대폰을 울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생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 강추위 속 위험천만한 빙판길을 나서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손수레로 재활용품을 모아 생계를 유지하는 '폐지 수집 노인'들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폐지 줍는 노인은 4만1천876명. 이들의 한 달 평균 수입은 15만원, 평균연령은 76세다. 대구의 폐지 수집 노인은 2천506명으로 전국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많다.
실제 이들은 폭염과 한파 등 극한 기상 상황에도 생계를 위해 현장에 뛰어든다. 지난 5일 취재를 위해 찾은 칠성시장 일대 역시 그랬다. 당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까지 떨어졌고 오후에도 한낮 기온이 -8도에 이르렀지만, 서너 명의 노인들이 상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폐지 줍기에 여념이 없었다. 날이 어둑해져 도로 위를 다니는 노인들은 종종 차량과 부딪칠 뻔하면서 아찔한 상황을 빚기도 했다. 혹한의 날씨에도 늦은 밤까지 활동을 할까 의문을 품었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간 폐지 수집 노인들을 위한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대구시는 2020년 '대구시 재활용 가능 자원 수집인 안전에 관한 지원 조례'를 통해 안전 야광 조끼와 손수레에 부착하는 반사 스티커 등을 배부했다. 최근에는 경북도의회도 비슷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안전 물품 지원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폐지 수집 노인 상당수가 물품을 받더라도 제대로 쓸 줄 모르거나, 필요성이 없다고 느껴 현장에선 고스란히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폐지 수집 노인 중 일부는 신호등 체계도 구별하지 못하고, 역주행하는 등 교통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기에 야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제공하는 안전 야광 조끼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품을 단순 배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폐지 수집 노인들이 납품을 위해 매일 찾는 고물상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식이다. 복지 사업을 시행한 후 현수막을 내걸고 자화자찬하며 홍보하거나, 일회성으로 관련 기관 합동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탁상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일례로 서울시는 지난해 폐지 수집 공공 일자리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던 안전교육을 모든 폐지 수집 어르신을 대상으로 연 1회 확대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 참여자에게는 다양한 안전 물품을 지급해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대구는 지난해 4월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폐지 수집 노인 등 노인 빈곤 문제가 앞으로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인 복지 사업이 보다 피부에 와닿게 실현될 수 있게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시도가 이어지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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