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극우파 독일대안당(AfD)의 돌풍이 거세다. 이달 2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선거는 최근 몇 년 동안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세를 불린 유럽 극우 정치세력에도 분기점이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AfD는 갖은 논란에도 20% 안팎의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을뿐더러 트럼프 집권 2기의 핵심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까지 지원사격에 나섰다. AfD가 현 지지율대로 제2당을 차지할 경우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극우 세력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독 의회 정치지형에 적잖은 파장 예상
AfD가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않는 한 집권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른 원내 정당들이 모두 AfD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여기고 AfD와 협력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이 지난달 난민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고, AfD 의원들 찬성으로 통과시켰다가 방화벽을 깼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20% 안팎의 지지율은 독일 의회 정치지형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당투표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독일 선거제도 특성상 AfD를 빼고 나면, 연립정부 구성 자체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주의회 선거에서 AfD가 제1당을 차지한 튀링겐주에서는 AfD를 제외하고, 주 정부를 구성하느라 적잖은 혼란이 벌어졌다. AfD의 2021년 총선 득표율은 10.4%였다.
사회민주당(SPD)는 물론 CDU 소속인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까지 결의안을 비난한 건 CDU가 정권을 잡기 위해 금기를 깨고 AfD와 연정을 꾸릴 수도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현재 지지율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이 좌우 대연정을 꾸려야 간신히 의석수 과반의 다수 정부가 구성된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좌우를 대표하는 SPD와 CDU·CSU 연합이 다른 1개 정당과 연정을 꾸려왔다. 사상 처음으로 2021년 3개 정당이 함께 구성한 일명 '신호등' 연정의 붕괴는 진보 성향 SPD·녹색당과 친기업 우파 자유민주당(FDP)의 이념 차이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와 머스크에 탄력받은 유럽 극우
현재 유럽에서는 이탈리아·네덜란드·핀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크로아티아 등지에서 극우 내지 강경 우파 세력이 집권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사실상 나치를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 자유당이 '방화벽'을 깨고 연정 참여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스웨덴과 프랑스·영국에서도 극우 정치세력이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주도하는 극우 포퓰리스트 성향 '유럽을 위한 애국자'(PfE)가 전체 720석 가운데 84석,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속한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 78석을 차지해 영향력을 키웠다.
이들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머스크의 지원을 기회 삼아 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다. 유럽 우파 포퓰리즘의 선봉장 오르반 총리는 7, 8일 프랑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 네덜란드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 등 PfE 소속 인사들과 스페인 마드리드에 모여 세를 과시했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12일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찾아가 오르반 총리를 만난다. 오르반 총리는 "AfD는 20% 이상 득표할 수 있다. 그들의 지도자가 나와 대화하길 원한다면 내가 왜 거절해야 하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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