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사법부'는 이의 제기가 허용되지 않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절대 가치이다. 문제는 '독립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이다. 대답은 자명하다. 법관이 아니라 법관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당사자와 그 판단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법관을 위한 것이 될 때 독립은 법관의 자의적 판단이나, 정치권력을 포함한 사법부 밖의 모든 권력에 순응(順應)하거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 추구 행위를 법률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성곽(城郭)으로 전락한다. 사법부가 '성역'(聖域)이 되는 것이다.
이런 가치 전도(顚倒) 현상을 계엄·탄핵 정국이 잘 보여 줬다. 법원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내란죄를 적시해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해 줬다. 수색영장에서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나 '공무상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의 적용을 예외로 했다. 법원이 불법에 '합법' 도장을 찍고, 법을 판사 마음대로 주무른 오만(傲慢)이다.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이유가 있다'는 달랑 15자(字)짜리 구속영장 발부 이유 역시 오만이 철철 넘쳤다. 어떤 이유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지 않나? '네 죄를 네가 알렷다'고 하는 '사또 재판'과 무엇이 다른가.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에 연루된 군과 경찰 지휘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 기록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증거로 채택했다. 윤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면서 증거로 계엄 관련 언론 보도 60여 건만 낸 야당이 검찰의 수사 기록을 추가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하자 탄핵 재판 절차 진행을 맡은 이미선 재판관이 이를 수용했다. 이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헌재법 제32조의 명백한 위반이다.
그러나 이 재판관은 관련 헌재 규칙을 들면서 헌재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상위 법령인 헌재법이 안 된다는데 하위 법령인 규칙으로 된다는 것이다. 누가 그런 권한을 줬나? 헌재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검찰 등의 수사 기록에 의존해 심리(審理)가 이뤄져 탄핵 사유가 인정된다는 선입견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대로 검찰 수사 기록은 윤 대통령의 반대 신문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어서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게다가 야당이 제출한 계엄 관련 언론 기사 60여 건은 전문(傳聞) 증거에 불과하다. 탄핵 심판은 형사소송절차를 준용해야 하고, 전문 증거는 형사소송법상 증거 능력이 없다. 야당이 검찰 수사 기록을 추가 증거로 내겠다고 한 이유다. 이 재판관이 야당의 요청을 수용한 것은 증거가 될 수 없는 증거를 증거랍시고 채택한 것이자, 그것도 야당이 해야 할 증거 수집을 헌재가 대신 해 준 것이다. 헌재가 야당의 대리인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헌재는 똑같이 했다. 헌재는 법을 어겨도 되는 '성역'의 선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헌재 공보관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정치 성향이 논란이 되자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해 이뤄지는 것이지 재판관 개인의 성향에 의해 좌우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국민을 희롱(戱弄)하는 오만한 말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은 '기각 4 대 인용 4'로 결정 났다.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한 게 아니라 '당파적'으로 적용한 결과 아닌가?
이 위원장 탄핵소추 사유인 '방통위 2인 체제'는 이 위원장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국회가 방통위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아 그렇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 위원장은 출근 이틀 만에 탄핵소추됐다. 법률을 위반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헌재 재판관 4명은 인용에 가담했다. 이들 중 3명은 정치 성향이나 이런저런 혈연·지연으로 보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공정을 기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양심과 상식이 있다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빠져야 한다.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 이미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의 정계선 재판관 기피(忌避) 신청을 기각했다. 이 역시 재판관의 정치 성향이 어떻든,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혈연·지연에 얽혀 있든 국민이 상관할 바 아니라는 성역의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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