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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고교 평준화 후 학생 타지역 유출 심각

고교 평준화 시행 17년… 학생 유출 해마다 가속화
평준화 정책 구조적 한계…"유연한 개선 필요"

경북도교육청 전경. 매일신문DB
경북도교육청 전경. 매일신문DB

포항지역에서 시행 중인 고교 평준화 정책이 학생들의 타지역 유출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포항지역 학생들의 타지역 유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평준화 정책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교육청이 제공한 '포항지역 학생의 타지역 유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포항지역 고교 평준화 제도가 시행된 이후 타지역으로 유출된 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유출 현황은 지난 2019년 474명, 2020년 458명, 2021년 419명, 2022년 468명, 2023년 433명이 타지역으로 빠져나갔다.

특히 순유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반고 학생들의 비율이 줄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평준화 정책이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학부모는 "10년 전에도 포항에서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어 대구로 보냈는데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라며 "경북교육청이 단순한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포항지역 학생들의 타지역 유출은 단순한 전출이 아니라, 특정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결과가 반복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은 "포항에서 원하는 학교에 배정되지 못하느니 차라리 대구나 서울 등으로 보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결국 평준화가 오히려 지역 내 교육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셈이다.

포항지역 평준화 정책이 시행된 이후에도 학교별 교육 수준 차이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이는 결국 학생들의 유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정 학교로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역 내 교육격차 문제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손희권 경북도의원은 "평준화는 모든 학교의 교육 수준을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 핵심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특정 학교는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다른 학교는 기피 대상이 되는 현상이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고교 평준화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평준화 정책을 유지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일정 수준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청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해 보다 유연한 배정 방식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타지역 유출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평준화 정책의 목적은 교육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데 있지만, 학생들의 불만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학생 유출 문제는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직업계고와 대학 진학을 위해 지역을 넘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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