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에서 "아부의 친구는 자기만족이고 그 시녀는 자기기만"이라 썼던 마키아벨리도 아부의 대상에게는 영혼을 실어 아부했다. '군주론'의 헌정 대상이던 피렌체의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그는 "시대가 위인을 찾고 있는데 오직 로렌초만이 시대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기댈 언덕(阿)에 바싹 붙는다(附)는 풀이에 적확한 헌사다.
걸출한 아부력은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되고 경쟁자들의 입길에 자주 오른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사내(社內) 정치력'으로 통칭된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수석편집장 출신 리처드 스텐걸은 '아부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아부를 "거짓이 탄로 나도 처벌이 없는 무공해 웰빙 푸드"라 정의하며 '칭찬과 동시에 부탁하지 말라'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치켜세워라' 등의 기술을 일러 준다.
아부의 흡착력을 높이려면 '진심'이 실려야 한다. 옷 가게 점원의 "옷이 주인을 만났다" 정도는 구매 유도 공식쯤으로 통용된 지 오래다.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 태양 같은 존재로 부상(浮上)한 부장, 국장 등에게 "평소 흠숭(欽崇)해 왔다"고 접근하면 진정성을 의심받는 게 일반적이다. 시선 처리나 표정 관리도 진심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연말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를 만나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다. 이웃 국가와 적대적 관계를 맺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데 이어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의 국방력 강화에 대해 "현재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으므로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을 향한 유화 제스처다.
외교적 아부에 가까워 보이는데 문제는 급격한 태세 전환을 우리 국민들도 진정성 결여라 미심쩍어한다는 것이다. 그간 이 대표와 민주당이 선동했던 구호들은 '반일 구국의 대오'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100년 친일(親日) 청산 투표로 심판하자"나 "총선은 한일전, 투표는 독립운동"이라던 구호로 총선에서 잇따라 재미를 본 민주당이었다. 더구나 성남시장으로,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면서 반일 활동에 앞장섰던 사람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일본을 사랑해 왔다'는 식으로 말하면 뒤통수부터 챙기는 자세를 취하는 게 정상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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