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란 글을 그대로 베껴 쓰는 행위를 뜻합니다. 하지만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베껴 적는 행위로 끝나지 않습니다. 먼저 책을 읽고, 그중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 손으로 따라 씁니다. 이 과정은 책을 깊이 음미하는 행위입니다. 필사를 하면서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되새기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사를 일컬어 '정독 중의 정독'이라고도 말합니다. 오늘날 필사는 문장력과 어휘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으로도 추천받고 있습니다. 필사를 통해 인내심과 집중력을 기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 필사를 통해 키우는 어휘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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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유선경 지음)는 동서고금의 책에서 고른 130여 개의 문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목처럼, 작가는 어휘력에 집중합니다. 세상은 빠르고 다양하게 변해갑니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삶은 복잡해집니다. 변화를 예측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절망으로부터 회복하는 추상적이고 복잡한 일들에는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지식은 어휘력 없이는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누군가 쉽게 풀어놓은 정보나 지식이 나에게 이로운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에도 어휘력은 큰 역할을 합니다.
작가는 오랜 기간 읽고 모은 문장들을 이 책에 담아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지 않아 낯선 낱말의 뜻은 본문 아래에 꼼꼼히 적어 두었습니다. 뜻이 명확하지 않은 낱말은 문맥을 살펴 짐작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문장 필사를 통해 어휘력이라는 특별한 힘을 기르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은 이처럼 책의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의 말을 떠올려 봅니다. 놀랍다, 대단하다, 당황스럽다 등과 같은 많은 감정은 '대박'이라는 두 글자로 표현됩니다. 매우, 아주, 무척 등과 같은 정도를 나타내는 말은 낱말 앞에 '개'나 '핵'을 붙여 버리지요. 단순하고 극단적인 언어는 우리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의 한계'라고 합니다. 풍부한 어휘력은 상황에 맞는 표현으로 공감과 신뢰를 형성하고 문제 해결 능력도 높여줍니다. 생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순간, 어휘력은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어려움을 덜어줄 것입니다. 어휘력은 단순히 많은 단어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필사를 통해 타인의 언어를 만나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더욱 다채롭고 흥미로울 것입니다.
◆ 동시 필사로 만나는 글쓰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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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을 배울 때 했던 여러 가지 말놀이를 기억하시나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하는 이어 말하기, '오리' 하면 '꽥꽥' 하고 동물 소리를 흉내 내기, '리리릿자로 끝나는 말은'처럼 말 노래 부르기, '감은 감인데 먹지 못하는 감은?'과 같은 수수께끼…. 여러 번 반복해도 할 때마다 재밌어하던 아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말은 즐겁게 배웠는데, 글은 어떤가요?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공부로 다가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쓰는 것,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야 하는 것,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평가받아야 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자판으로, 음성으로 손쉽게 문자를 입력할 수 있으니 글씨 쓰기 자체를 낯설어하기도 합니다.
'마음에 꼭꼭, 김용택이 사랑한 동시 따라 쓰기'(김용택 엮음·윤문영 그림)는 아이들이 제 손으로 글 쓰는 재미를 발견하게 할 것입니다.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 시인은 김소월, 윤동주, 박목월 시인의 시 중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 53편을 골라 이 책을 엮었습니다. 한 글자로도 한 줄이 되고 네 줄로도 한편이 되는 동시이기에 따라 쓰기에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시를 소리 내어 읽으며 쓰다 보면 반복되는 소리나 형식의 재미도 느낄 수 있지요. 게다가 수채 물감으로 단장된 책의 한 바닥을 내 손 글씨로 채우면 위대한 시인과 나의 글이 한 편의 시화로 완성되는 보람도 얻게 됩니다.
자녀와 나란히 앉아 고요한 필사의 시간을 가져 보세요. 부모님이 필사하는 모습은 자녀들에게 책에 대한 사랑과 성실함의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자녀와 같은 문장을 필사하며 느낀 점을 나누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각자 해석한 내용을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글자 사이사이에 나를 채우는 필사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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