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하는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는 긴 러닝타임으로 주목 받는다. 무려 3시간35분(215분)에 달한다. 긴 시간을 견디기 어려운 관객을 위해 15분간의 인터미션(중간 휴식)도 주어진다.
영화는 홀로코스트를 피해 도망친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에이드리언 브로디 분)의 30년 여정을 따라 스토리를 펼친다. 전쟁 피해자이자 이방인인 그가 낯선 땅 미국에서 우여곡절 끝에 건축물을 지어나가는 과정이 큰 줄기를 이룬다. 언뜻 실존 인물의 전기 영화로 보이지만 라즐로는 가상의 인물이다.
라즐로가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미국에 도착해 사촌의 가구점에서 일하게 되는 장면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는 한때 동유럽에서 이름을 날린 건축가였지만, 나치가 그의 활동을 금지한 이후로는 건축에서 손을 떼고 일용직을 전전한다.
그러다 부유한 사업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의 서재를 리모델링한 것을 계기로 큰 기회를 잡는다. 라즐로의 능력을 알아본 해리슨이 그에게 대규모 문화센터 건립을 맡긴 것이다.
동족의 집단 학살과 전쟁으로 마음이 폐허가 된 남자가 혐오와 반대를 이겨내고 예술혼을 불태우는 모습은 큰 울림을 준다.
영화의 제목으로 활용된 브루탈리즘은 1950년대 영국에서 전후 복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등장한 건축 양식이다. 디자인보다 구조적 요소를 강조해 마치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 이민자 출신의 건축가들이 이런 건축물을 만들었다. 브루탈리즘은 그 자체로 전쟁의 상흔과 이민자들의 아픔이 담긴 건축 양식인 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문화센터가 좋은 예다. 유대인 강제수용소 막사를 닮은 건물 위로 우뚝 솟은 십자가에서 라즐로의 트라우마와 투쟁심이 엿보인다. 시야각이 넓은 '비스타 비전' 방식으로 영화 속 건물을 카메라에 담은 덕분에 관객은 스크린을 꽉 채운 미장센을 감상할 수 있다.
브로디의 훌륭한 연기를 보다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브로디가 아닌 다른 배우가 라즐로의 불안과 혼란, 고집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영화를 끌고 가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는 이 작품으로 최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진다. 1973년생인 브로디는 만 29세였던 2003년에도 홀로코스트 광풍에 휩싸인 음악가를 연기한 '피아니스트'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스토리와 메시지, 연기, 미장센, 음악 등 '시네마' 요소를 모두 갖춘 '브루탈리스트'는 남우주연상 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에밀리아 페레즈'(12개 부문 후보), '위키드'(10개) 등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영화](https://www.imaeil.com/photos/2025/02/10/2025021007470736548_l.jpg)
![유니버셜 픽쳐스 제공](https://www.imaeil.com/photos/2025/02/10/2025021007470659084_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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