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대구 부동산 시장은 할인 분양이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지난 2020년 전셋집을 구하러 발품을 팔던 나와 같은 신혼부부에게 할인 분양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당시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폭등했고 매물 자체가 귀했다. 동구 신천동의 2008년에 준공한 447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에서 단 하나 남아 있던 전세 매물을 신고가로 계약하면서 씁쓸한 입맛을 다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4년 사이 전세 가격이 1억원 넘게 하락하며 당시의 전세 가격이 현재는 해당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되었다.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1만70가구를 기록한 후 4개월 연속 감소하던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기준 8천807가구를 기록했다. 11월(8천175가구)보다 632가구(7.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악성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기존 1천812가구에서 2천674가구로 862가구(47.2%) 증가하면서 미분양 아파트 증가를 주도했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990가구 규모의 달서구 후분양 단지가 저조한 분양 성과를 기록하며 전체적인 부담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전국 미분양 아파트(2만1천480가구)의 12%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구를 포함한 비수도권에 쌓인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 도입과 세제 혜택 등의 대책을 내놨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비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 한도를 달리 설정하는 DSR은 오는 7월 가장 강력한 규제인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는 것과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확한 진단 없이 설익은 해결책만 내놓아선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달 대구의 주거용 부동산 현황을 진단한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서구, 달서구 등에서 미분양 물량이 높게 나타나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분양가가 대구 전체 평균이나 중구, 동구보다 높게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미분양을 증가시킨 원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매매가격지수가 고점 부근이었던 2021년 7월~2022년 6월에 분양에 나선 서구, 달서구 사업장들이 서대구역세권 개발, 대구신청사 건립을 호재로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를 책정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들 모두가 미분양 단지로 전락하며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미분양 단지들의 고분양가 논란은 지난 6일 열린 대구시 민관 합동 주택정책 자문회의에서도 간접적으로 지적됐다. 미분양 물량 적체로 지역 건설 경기가 악화될 것을 우려한 자문위원들은 정부의 비수도권 맞춤형 정책과 함께 건설업계의 자구책 마련과 자성도 촉구했다.
건설·부동산은 이사, 가구, 가전 등 파생되는 사업이 많고 시멘트, 콘크리트 등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전체적인 일자리, 소득 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 문제는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해 3년 넘게 전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설사, 시행사 등 사업 주체의 뼈를 깎는 노력이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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